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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대가’ 한화, 대우조선 키도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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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 산업은행은 한화컨소시엄을 대우조선 지분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한다고 24일 발표했다.

정인성 기업금융본부장은 “한화컨소시엄이 각 평가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말했다. 한화컨소시엄은 인수 가격과 자금조달 능력에서 경쟁자인 현대중공업을 앞섰으며, 외자유치 계획이 포함돼 있는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한화컨소시엄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다음달 초부터 3~4주간 마무리 실사를 하고, 연내에 최종 매매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한화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종 본계약 체결 전까지 성실한 자세로 실사를 실시하고, 제반 입찰 절차를 준수할 것”이라며 밝혔다. 대우조선 측은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돼 10년여 만에 주인을 만났다는 데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대우조선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선정될 경우 업종이 겹치다 보니 인력 구조조정 등에 대한 걱정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한화가 주인으로 정해진 만큼 하루빨리 조기에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탈락한 현대중공업은 “최선을 다했으나 탈락돼 아쉽다”며 “대우조선이 더욱 건실한 회사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업 인수합병(M&A)의 숨은 실력자=한화는 현대중공업보다 높은 6조5000억원 안팎의 인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종가 기준으로 산은이 갖고 있는 지분 50.4%(9639만3000주)는 1조600억원대의 가치가 있으니 대략 6배 비싼 값에 사들이는 셈이다.

산은은 이와 함께 한화가 1982년 다우케미컬과 한양화학을 잇따라 M&A한 이후 그룹의 주축인 한화석유화학을 만들어냈고 이후 정아리조트와 한양유통, 대한생명 등을 차례로 인수한 뒤 성공적으로 키워낸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전체 매출의 4분의 3을 M&A를 통해 만들어낸 것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인수 기업을 주력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집중 육성하고, 인수 후 원만한 노사관계를 일궈낸 것이 한화 M&A의 숨은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10대 그룹으로 도약=한화는 총자산 10조5000억원의 대우조선을 인수하게 됨으로써 재계 순위에서도 껑충 뛰어오를 전망이다. 공기업 집단을 제외한 한화의 올 4월 재계 순위는 12위. 인수 이후에는 KT·금호아시아나와 한진을 제치고 9위로 올라서게 된다.

그룹의 주축도 금융에서 중공업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지난해 한화그룹 매출 27조원 가운데 금융 부문의 비중은 15조원으로 절반을 넘었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2012년까지 세계 1∼2위의 조선·해양플랜트 사업자로 성장시킨 뒤 2017년까지 자원개발, 해양도시개발, 해양환경 사업을 아우르는 세계 최고의 조선해양 기업으로 키운다는 꿈을 갖고 있다. 매출도 지난해 7조1000억원에서 2012년에는 20조원, 2017년에는 35조원으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승자의 저주’ 나타날까=남은 과제는 자금 조달인데, 최근의 경기 침체와 금융 경색이 걸림돌이다. 우선 주식시장에서 한화 계열사(한화·한화석화·한화증권·한화손보)의 주가가 일제히 하한가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포스코와 GS는 연일 계속되는 급락장 속에서 각각 12.16%와 10.61% 떨어지는 데 그쳤다. ‘승자의 저주’(M&A에 성공한 기업이 자금난 등으로 어려워지는 것)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한화가 3조원 정도 필요한 자금을 연 10%의 이자에 차입한다고 가정할 때 연간 3000억원의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대우조선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면서 거둔 영업이익은 2612억원이었다.


심재우·장정훈 기자



■ 대우조선해양은

▶자산 10조5000억원(2008년 6월)

▶수주 잔량 460억 달러(8월 말)

▶매출액 7조8441억원(2007년)

▶영업이익 2612억원(2007년)

▶ 인원 2만6500여 명(협력사 1만5000명 포함) 자료:대우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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