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규하前대통령 강제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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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규하(崔圭夏)전대통령에 대해 끝내 강제구인 결정이 내려진 것을 보는 심정은 착잡하다.이미 구속된 두 전직대통령과 함께 崔전대통령까지 법정에 서게 됐으니 우리나라의 생존해 있는 3명의 전직대통령이 모두 한 법정에 서게 됐다.또 그 래도 전직대통령인데 그의 의사에 반(反)해 강제구인해서까지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게 되는 현실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한마디로 우리 헌정사 비극의 압축요약판이라고 할 만하다.
그동안 소환과 증언에 불응해온 崔전대통령도 이젠 고집을 꺾을때가 됐다.대통령의 재임중 행위를 퇴임후 증언하는 선례를 남기면 나중의 대통령들이 퇴임후의 증언가능성 때문에 소신껏 국정추진을 하기 어려워진다는 그의 「소신」은 나름대로 충분히 수긍이간다.그러나 역사의 진실을 밝혀 헌정사의 혼란을 바로잡는 것은그의 「소신」 이상으로 국익에 중요한 일이다.12.12와 5.
18당시의 대통령으로서 그는 이번 재판의 핵심사항에 관해 가장정확하게 알고 있을 당사자다.
오히려 그가 진실을 밝혀 위기에서 대통령의 처신이 어떠해야 할지를 후임자들에게 느끼게 해주는 것이 국익을 위해 더 도움이될 것이다.이번 항소심이 사실을 가리는 마지막 기회(대법원은 법률심)라는 점에서도 입을 열어주기 바란다.
그리고 구인명령을 내린 재판부에도 몇마디 당부하고 싶다.재판부는 지난번 崔씨에게 과태료부과 결정을 내릴 때 강제구인은 안하겠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구인해 봐야 증언을 안할테니 무의미하고,강제구인이 증인에 대한 사실상의 처벌을 시도 하는 의미가있지만 이는 법이 정한 정당한 처벌방법이 아니므로 법원이 취할수 없는 조치라고 말한바 있다.그래놓고 이번에는 불출석의 정당한 사유가 없다,다른 증인에게 악영향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강제구인 결정을 내렸다.앞뒤가 안맞는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밖에도 崔씨에게 사신을 보낸다든가,이례적인 구두변론을 실시하는 등의 돌출적 재판진행을 볼 수 있었는데 우리는 이번과같은 역사적 재판은 좀더 안정성.일관성을 갖고 신뢰감있게 진행되기를 바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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