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신부' 내세워 결혼사기 혼수비용 명목 1억원 챙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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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부감을 찾지 못해 애태우던 노총각 崔모(29.농업.경북영천시성내동)씨는 지난 7월28일 이웃집 아주머니가 소개해준 李모(18)양과 친척집에서 맞선을 보았다.
『아들이 영천 모고교 교사로 부임해 밥을 해주기 위해 왔다』는 金임순(51.경남함양군함양읍용평리)씨가 딸을 소개한 것이다. 崔씨는 李양이 마음에 들어 결혼하기로 결정했다.『우리 딸아이는 미용사 자격증도 있고 괜찮다』는 金씨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예비 장모」인 金씨는 『복잡하게 할 필요가 있겠느냐.혼수비용으로 1천1백만원만 주면 내가 돈을 보태 2천만원으로 혼수를 장만하겠다』고 말했다.이틀뒤 崔씨는 金씨에게 돈을 건넸다. 그러나 그후 소식이 없어 찾아보니 金씨등은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金씨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다.金씨는 사기 행각을 위해 7월중순 영천시성내동에 1백만원을 주고 6개월짜리 사글셋방을 얻은뒤 동네 슈퍼마켓과 미장원,할머니들이 모여 있는 곳을 다니며 『딸이 있는데 마땅한 신랑감을 찾고 있다』는 말을 퍼뜨리는 방법으로 노총각을 물색했다.金씨는 아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온 것처럼 두살된 외손녀를 업고 다녔다.
金씨의 의붓딸인 李양은 『잠깐 만나보기만 하면 된다』는 말을듣고 선을 본뒤 30만원을 받았다.
金씨는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전주.순천.합천.선산 등지를 다니며 같은 방법으로 소문을 내 주로 노총각 신랑감을 물색,일곱차례에 걸쳐 혼수비용으로 받은 9천8백만원을 챙겼다.가짜 신부감으로 동원된 사람중엔 전문대 재학생도 끼어 있 었다.
전문 결혼사기 행각을 지난 9월 TV 프로그램 『경찰청 사람들』에 방영한뒤 이들의 행적을 추적해온 경북 영천경찰서는 金씨와 金씨의 아들 김성만(21)씨.李양,선을 본 대가로 25만원씩받은 박미경(21.구미시황상동).전모(19.부산 D전문대2년)양등 모두 6명을 사기혐의로 10일 구속했다.
경찰은 또 이들의 사기 행각을 알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위협,1천87만원을 뜯은 金씨 아들의 친구 김영제(23.경남울산시웅천면곡천리)씨를 공갈 혐의로 구속했다.

<영천=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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