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영화>SBS "하늘에서 떨어진 행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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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노래는 때로 우리를 절망케 한다.노래가 끝나도 현실의 벽은 완고하게 우리를 가두고 있다.그러나 노래가 불려질 때 노래는 우리에게 살아가는 힘을 부여한다.그 노래는 힘겨운 삶의 유일한숨구멍이 될 수 있다.그리고 흐르는 세월과 더불 어 그때 부른노래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된다.
『하늘에서 떨어진 행운』(SBS 10일 낮12시10분)의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노래가 잊혀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어둠속에서 부르는 빛의 노래가 몇 배 더 큰 울림을 지니는 것이다. 이 영화는 1930년대 경제공황을 배경으로 한 가벼운터치의,그러나 무거운 내용을 지닌 뮤지컬이다.
당시의 암울한 경제 상황이 낳은 정신적 황폐와 물질적 궁핍이주인공의 꿈을 상징하는 뮤지컬의 음률과 대비된다.
주인공 아서는 바람둥이 악보 세일즈맨으로 장인의 유산으로 레코드 가게를 차리고 싶어 한다.
악보를 팔러 일리노이로 간 아서는 교사 아이린과 사랑에 빠지고,아서의 변심을 눈치챈 아내 조앤은 그에게 레코드 가게를 차려준다.돌아오지 않는 아서를 기다리던 아이린은 임신한 채 직장도 그만두고 거리의 여인으로 전락한다.우연히 다시 만난 아서와아이린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던 아서가 아코디언 맨을 차로 치어 죽인다.
시각장애 소녀를 죽이고 도피하던 아코디언 맨을 죽인 아서는 아코디언 맨의 죄를 뒤집어 쓸까 겁이나 아이린과 도피생활을 시작하지만 결국 경찰에 쫓겨 교수형에 처해진다.그는 『노래가 실현되는 세상을 바란다』는 유언을 남긴다.그의 노래 『Pennies from Heaven』이 마지막 장면에 흐른다.
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당연히 암울하다.그러나 현실이 암울할수록 노래는 찬란하다.꿈을 가진 남자가 갑갑한 현실속에서왜소해져가는 모습이 어두운 화면을 지루하게 채우지만 화려한 뮤지컬이 이에 대비돼 영화의 긴장과 역동성을 유지 시킨다.
1950년 BBC방송에서 드라마로 제작한 것을 81년에 영화로 리메이크 했다.원제『Pennies from Heaven』.
주연 『신부의 아버지』의 스티브 마틴.감독 허버트 로스.
□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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