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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년 첼리스트 요요마 e-메일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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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첼리스트 요요마(53·사진)의 별명은 ‘옴니버스’ 연주자다. 탱고(아스토르 피아졸라), 영화음악(‘와호장룡’,‘티베트에서의 7년’)에서 브라질과 중앙 아시아의 민속 음악까지 수많은 종류의 음악이 그의 앨범과 연주 프로그램에 들어있다. 바로크 시대 이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것도 요요마의 주특기다.

그리고 15번의 그래미상 수상 등이 말해주듯, 시도하는 것마다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요요마는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 모든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느냐”는 질문에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나는 곳은 피자 가게”라는 농담으로 운을 뗐다. “연습으로 지쳤을 때 갈 수 있는 곳이 뻔하잖아요. 하루는 일본에 갔다가, 하루는 로마에서 유리 세공품을 보고, 그 다음날은 페르시아의 문학 작품을 접하는 일상이 계속되던 때였어요. 여행 매니어 같은 연주 생활을 계속하던 중에 다른 나라 문화의 본질에 접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피자 가게 안에서였다니까요.”

이렇게 시작된 것이 요요마의 다양한 관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실크로드 프로젝트’다. 1998년 중국을 비롯해 이란·인도 등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의 음악가들을 모아 ‘실크로드 앙상블’을 만들었다.

◆중국+파리+뉴욕=그를 ‘아이디어 뱅크’로 만드는 데에는 폭넓은 관심사도 한몫한다. 요요마는 “연주자가 리무진 타고 공항·호텔·연주장을 오가는 일만 할 줄 알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 예민한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중국 등 많은 나라에 대해 부정적인 정치적 이슈를 얻기 쉽습니다. 저는 다른 방식으로 이 나라들의 본질에 접근하려고 합니다.” 파리에서 태어나 4세에 뉴욕으로 이주한 중국계 미국인 요요마의 ‘다국적’ 정체성이 만든 견해다.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한 철학 또한 요요마의 견해를 한층 넓혔다. “하버드에서의 경험은 제 인생에 있어 처음으로 다른 언어와 방식으로 소통한 곳이었습니다. 철학을 바탕으로 과학과 예술이 어떻게 결합하는지 배울 수 있었고 음악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최초의 커뮤니티였어요.” 그래서 그는 어려서부터 음악 영재로 길러지는 것을 경계했다. “20대 초반까지는 자신의 창조성을 열심히 저축하고, 연주자가 아닌 관객처럼 살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30년이 남긴 수많은 친구=올해는 그의 음악적 신념이 드러난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10년째 되는 해이자, 데뷔 앨범이 나온 지 30년이 된 해다. 올해를 기념하기 위해 그는 앨범 ‘기쁨과 평화의 노래’(소니 BMG)를 내놨다. 성악가, 트럼펫 연주자, 재즈 가수 등 ‘친한 친구’를 그러모아 함께 만든 음반이다. 세계 각국의 축제 음악이 담겼다. 30여년 동안의 음악 활동이 그에게 남긴 수많은 친구들이다.

다음달 1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내한 공연에도 그의 친구가 함께 한다.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엑스 이후 오랫동안 저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캐서린 스톳과 함께 파트너십을 보여주려 합니다.” 두 연주자는 바이올리니스트 나이젤 케네디의 런던 아파트를 앞뒤로 임대한 우연으로 처음 만난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 음악 자체보다 음악을 통한 소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요마는 “이번 공연 타이틀에 주목해주세요. 솔로가 아니라 듀오 리사이틀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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