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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삼성화재 배구우승 숨은 주역 김재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백조가 된 미운 오리새끼」.
배구선수로는 작은 188㎝의 키.1부리그도 아닌 2부리그 대학선수 출신.2부리그 선수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입단시켰던 선수. 김재만(23)은 삼성화재 배구팀에 그렇게 입단했다.계약금이나 스카우트란 말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고-.프로야구로 치면 훈련생 정도라 할까.
그런 그가 삼성화재를 96한국배구대제전 2차대회 우승으로 이끈 숨은 공로자로 꼽히고 있어 화제다.김세진.김상우.김규선외에는 철저한 무명선수로 구성된 삼성화재에서 이들이 후위로 빠졌을때 레프트 공격을 주도한 선수가 바로 김재만이다.
김은 충남대 출신으로는 유일한 실업팀 선수.2부리그에 속한 충남대를 눈여겨보는 실업팀은 거의 없기 때문.따라서 그의 실업진출은 기적(?)에 가깝다.
『훈련을 하는데 한시간만 뛰면 지쳐버리더라구요.그래서 대학 다닐때 밥이나 제대로 먹었느냐고 물어봤죠.』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자취를 했는데 하루 두끼 정도 먹었고 그것도 대부분 라면으로 때웠다』는 기막힌 대답을 들어야 했다.
신감독은 훈련을 시키기보다 체력보강에 힘을 기울였다.이런 정성때문인지 3개월이 지나면서부터 김의 체력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그러나 뒤늦게 고등학교(대전중앙고)때부터 배구를 시작한 탓인지 기본기가 부족해 항상 불안했다.뛸 수 있는 선수가 8명에불과한 삼성화재로선 불안해도 김을 스타팅 멤버로 쓸 수밖에 없었다.지난 5월 종별선수권대회와 10월의 전국체전때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믿음직한 김세진옆에 세워놓는 고육지책을 썼다.
그러나 그의 기량은 일취월장했다.
『기본적으로 발이 빠르고 탄력이 좋다.그리고 머리가 좋아 상황판단이 빠르고 무엇보다 엄청난 노력파다.』 신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에게 전위 레프트 공격을 맡기는 모험을 했다.그모험은 맞아떨어져 첫 우승이라는 감격을 안겨줬다.
김에게 전위 레프트 공격을 맡기는 모험을 했다.그리고 그 모험은 멋지게 맞아떨어져 첫 우승이라는 감격을 안겨줬다.
***[ 37면 「스포트…」 서 계속 ] 코트에서 뛰어다니는그를 얼핏 보면 탤런트 최수종을 보는 것같은 착각이 든다.헤어스타일이나 외모가 무척 닮았다.김은 순진하다.지금까지 한번도 인터뷰나 사진촬영을 해보지 않아서인지 『개별 행동은 안된다』며사진촬영도 극구 피한다.미 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LA다저스)가 투구하기전 심판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하는 행동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김도 서브를 넣기전 주심에게 고개숙여 인사한 다음 심호흡을 가다듬는다.마치 고등학교 선수를 보는 것같다.
『배구를 시작한 이후 이렇게 기쁜 일은 처음입니다.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센스있는 노력파 김재만의 다짐이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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