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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문 빈 틈까지 챙겨 … 암센터 건축비 30% 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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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공사를 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설계를 몇 번이고 수정했는데, 준공 무렵에 보니 문틈 사이로 안이 들여다보이는 화장실이 여러 칸 있더군요. 건설 책임자로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틀 밤을 꼬박 새우며 연구한 끝에 문틀을 만들거나 벽면의 폭을 조정해 깔끔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안이 보이지 않게 처리했습니다. 지금도 다른 곳에 가면 화장실 프라이버시 보호 상태를 체크해보고 혼자 웃곤 하지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의 건설을 총괄했던 진윤구(60·사진) 삼성암센터 건설본부장의 말이다. 사실 화장실뿐 아니라 암센터의 ‘8할’에는 그의 손길이 배어있다. 건축 기획부터 설계·시공 관리는 물론, 공사장 인부들을 위해 반찬까지 직접 챙기고 여름에 수박 화채를 만들어주는 배려까지. 행여나 절망한 환자들이 나쁜 생각을 할까봐 난간을 기울여 설치하도록 설계를 고쳤고, 커피 냄새를 싫어하는 일부 암환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커피숍에 환기 장치까지 설치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암센터의 건축 기획부터 완공까지 건설관리 과정을 담은 『건축도 경영이다』라는 책을 펴냈다. “상과대학(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건축에는 문외한이었습니다. 비전문가가 직접 원가를 관리하고 공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1월 암센터가 건립되자 ‘명품 건축물이 탄생했다’는 호평이 많았다. 투명 유리창으로 탁 트인 외관, 따뜻한 파스텔 톤의 병원 내부, 환자·의료진을 위한 효율적인 동선 구조…. 그러나 ‘돈 꽤나 들였겠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시공업체가 애초 예상했던 건설비의 70%만 들여 이 건물을 완공했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철저하게 관리한 것이 비용절감의 열쇠였다고 한다.

“설계 과오에 따른 재시공이 없으면 비용을 많이 절약할 수 있습니다. 한번 더 생각하며 설계하고 시공하면 사용자가 쓰기 좋은 명품 건축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삼성전자·삼성의료원·삼성생명보험에 이르기까지 삼성에서 30년을 일해왔다. 그에게 암센터는 30년 삼성생활의 기념탑과도 같다.

“고급 건축물이란 비판을 들을 때는 안타깝습니다. 병원은 50~100년 동안 시민들이 사용할 공익시설입니다. 중환자실이나 수술실·항암주사실 등은 환자와 의학 발전을 위해서 첨단 시설로 갖춰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건축비가 허용하는 범위 내라면 가능한 고급으로 잘 지어야지요.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해 그런 데 써야하는 것 아닌가요.”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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