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부부 돈 굴리기 실패확률 의외로 높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요즘 우리 주변에서 맞벌이 부부를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예전같으면 약사나 교직등 특수 직종에 국한됐던 기혼여성의 직업이 다양화되면서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는 것이다.또 핵가족화의 급속한 진전이나 여성인력의 학력이 높아지 고 있는 것도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이유중 하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94년 현재 부부가 함께 사는 가구중 세집에 한집꼴인 30.7%가 맞벌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맞벌이 부부의 월소득은 평균 2백3만원으로 남편이 혼자버는 가구(1백64만원)에 비해 39만원 정도 많다.
또 외식을 하거나 교육비등으로 지출하고 남아 저축을 하는 금액은 월 66만원으로 남편혼자 버는 집(32만원)의 두배에 가깝다.맞벌이 부부들은 평균 월소득의 32.5%정도를 금융상품등에 투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그만큼 재테크를 할 여유가 있다는이야기다.
그러나 정작 맞벌이 부부 당사자들은 돈모으기가 쉽지 않단다.
『둘이 번다고 해서 남편 혼자 버는 집보다 돈모으기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남편이 대기업 계장인 김혜자(26)씨의 말이다.이같은 고민은 비단 김씨 부부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맞벌이를 하게 되면 일단 두사람이 바깥생활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씀씀이가 커진다.또 어린 아이가 있을 경우에는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
윤순호(尹淳鎬)상업은행 고객업무부 과장은 『상당수의 맞벌이 부부들은 남편 혼자 버는 집에 비해 소득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 돈을 굴리는데는 실패하고 있다』며 『씀씀이가 큰데다 체계적인 자산관리를 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재테크 실패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앞서 예를 든 김씨의 경우를 살펴보자.김씨의 월소득은1백20만원이고 남편은 1백10만원 정도다( 남편의 군복무 때문에 아내의 직장경력이 길어 남편보다 봉급이 많은 케이스다).
여기에 보너스등을 합치면 이 부부의 연간 소득은 3천9백30만원으로 월평균 3백27만원 정도 벌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김씨 부부의 저축금액은 개인연금저축을 포함,총 79만원으로 월소득의 24%다.이들 부부는 결혼한지 1년7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아 아이도 없는 상태다.94년 통계이기는 하지만 통계청에서 나온 맞벌이 부부의 평균 저축률(32.
5%)을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김씨는 최근 판매가 개시된 가계장기저축에 매월 30만원 정도 저금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씨는 저축금액이 이처럼 적은 가장 큰 이유로 씀씀이가 큰 것을 꼽는다.남편의 급여이체통장을 받아 자신의 것과 함께 관리하는 김씨는 맞벌이 부부라는 점 때문에 친척들의 행사에 빠짐없이 적지않게 지출해왔다는 것이다.김씨 부부는 현재 전세를 살고있지만 구체적인 집마련 계획을 세워둔 것이 없다.
김씨는 현금 4백80만원을 은행의 요구불 예금에 넣어두고 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어렵다.당장 금융상품에 대한 조사를 일일이 할 시간적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송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