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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웹진 영향력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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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네티즌의 공론(公論)장인 '웹진'의 운영이 전 세계적으로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형태도 개인 혼자서 운영하는 방식, 여러 명이 '신디케이트(조합)'로 참여하는 방식 등 다양하다. 콘텐츠 역시 정치.경제.문화.레저 등 분야별로 세분화돼 네티즌 성향에 맞춰가고 있다. 다만 아직은 정치 위주의 웹진이 우세하다. 미국의 슬레이트(Slate.사진), 독일의 텔레폴리스(Telepolis)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미국의 유명한 시사 논객인 데이비드 호로비츠나 독일 슈피겔지의 기자 헨릭 보로더 등 유명 필진이 기존 미디어에서 다루지 않았던 이야기를 게재하는 웹진이 호평받고 있다. 이들은 웹마케팅을 통해 '부업'을 하면서 부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개인 기업의 형태를 갖춘 웹진도 새롭게 출범하고 있다. 독일의 유명한 작가이자 시사평론가인 칼 클라우스가 운영하는 '새로운 인광(neue Phosphoros)'이 대표적이다. 클라우스는 오랫동안 독일의 고급 일간지인 '주트 도이체 차이퉁'에서 칼럼니스트로 명성을 날렸다. 그는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제국성'에 대해 마음껏 글을 쓰고 싶어서 안정된 직장을 떠나 새로운 모험에 뛰어들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정치기사뿐 아니라 철학.경제.정부. 종교 등 다양한 영역의 기사를 올리고 있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오랜 실험을 거쳐 1인에 의한 '북 저널리즘'인 '인물과 사상'을 만들었듯이 이 웹진은 인터넷을 통해 '1인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셈이다. 일본에선 27세의 니시무라 히로유키가 '채널 2'라는 개인 웹진을 만들어 매달 540만의 네티즌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웹진들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발생 뉴스나 정보 전달을 넘어 여론 형성을 위한 분석과 평론 전달에 집중하고 있는 점이다. 흑백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시대 정신과 현실 상황에 기초해 논의를 전개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기존 미디어가 다루지 못한 다양한 정보.의견을 얻고, 색다른 글쓰기 방식을 만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언론학자들은 이런 환경이 18세기 시사 잡지가 나타났을 때와 유사하다고까지 평가한다. 그러나 시대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전문성이 부족하고 수익 모델을 창출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최근 중앙일보가 한국 언론 최초로 선보인 전 기자가 참여하는 '기자 블로그' 역시 궁극적으로는 기자 개인 웹진으로 발전할 수 있는 초보 형태인 셈이다.

김택환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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