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49배! 옵션 수익률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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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종합주가지수가 급락하는 등 주식 현물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주가지수 옵션 및 선물 시장의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48.06포인트 급락한 지난 10일 옵션 거래대금은 1조6180억원으로 지난해 4월 8일 사상 최대치(1조3740억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거래량도 2409만계약으로 연중 최고치였다. 11일에도 거래대금은 1조2539억원이나 됐고 거래량도 2229만계약에 달했다.

특히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해지는 가운데 세계증시가 동반 하락하면서 풋옵션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풋옵션은 미래의 일정 시점에서 주식을 미리 약속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다. 종합주가지수가 내려갈수록 풋옵션을 산 투자자의 수익은 커지게 된다. 반대로 종합주가지수가 상승하면 풋옵션을 판 투자자가 프리미엄을 챙기게 된다.

11일 KOSPI200 옵션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는 풋100의 프리미엄은 0.41(금액기준 4만1000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43%나 급락했지만 지난 4일 0.01에 불과하던 프리미엄이 불과 4거래일 만에 40배 이상 치솟은 것이다. 지난 4일 100만원을 투자해 풋100 1000계약을 매수했다면 11일 현재 4000만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최저가는 0.22, 최고가는 1.54를 기록하는 등 장중 지수변동폭도 컸다.

지난 10일에는 풋100의 프리미엄이 0.05에서 출발해 장중 2.5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루 수익률이 최대 4900%에 달했던 셈이다. 2001년 9.11 테러 당시에는 풋옵션 가격이 하루 만에 170배나 껑충 뛰어오른 바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상승, 중국의 긴축정책, 유가 상승 등 경제적인 악재가 연이어 터지는 가운데 테러분위기가 확산되는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대박'을 노리는 투기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선물.옵션 만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점도 투기심리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동원증권 양은정 연구원은 "경제 외적인 변수가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잦아지면서 한방을 쫓는 투기적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며 "특히 차이나 쇼크 이후 증시가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풋옵션의 가격이 이상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풋옵션 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이 엇갈린 투자행태를 보이는 점도 관심이다. 개인은 추가 하락에 무게를 두고 적극적으로 풋옵션을 사들이는 반면 외국인은 지수의 상승반전을 염두에 두고 매도로 대응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서준혁 연구원은 "전날 주가 폭락으로 풋옵션에서 수십배의 차익을 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개인들의 투기성 자금이 풋옵션 매수에 몰리고 있다"며 "반면 외국인은 만기가 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급락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11일 KOSPI200 선물 시장의 거래대금은 역대 세번째 규모인 20조5416억원을 기록했고 거래량은 39만8699계약으로 연중 최고치였다.

증권거래소 김도연 차장은 "관련 정보 및 투자기법 등이 부족한 개인이 섣불리 선물.옵션 시장에 뛰어들었다간 엄청난 손해를 볼 수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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