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짝 司正'돼선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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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사회불안과 민심동요가 심각하다.무장공비침투로 안보에 구멍이 드러나고,이양호(李養鎬)사건으로 정부 고위직과 군에 대한신뢰가 흔들렸다.「막가파」라는 범죄조직이 나오는가 하면 잇단 여고생출산에서 보듯 사회도덕의 바탕이 흔들리고 있다.게다가 버스비리까지 터졌다.얽히고 설킨 부패와 기강해이가 끝을 모르게 전개되고 있다.공직과 사회기풍을 바로잡을 획기적 조치가 시급히나와야만 할 상황이다.
정부가 이제 와서 사정(司正)기관을 총동원해 공직및 지도층비리에 대한 사정에 착수했다지만 우리가 보기에 때가 많이 늦었다.사정이란 비리가 나타나는대로 항상 해야 할 국가의 상시(常時)기능이다.일정 기간을 정해 집중적으로 하다가 기 간이 끝나면그만 둘 그런 일이 아니다.그러나 정부의 사정을 보면 임기초에대대적 부패척결작업을 한 후로는 그때그때의 돌출사건을 사법처리하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그러다 보니 임기초의 서슬이 사라지면서 최근에만도 증권감독원 비리.공정거래위비리.교육감선거비리 등이 잇따라 터졌고,이른바 「세도(稅盜)」사건 같은 것은 전국 곳곳에서 만성적으로 일어났다.
급기야 이양호사건과 버스비리사건이 터지자 정부가 다시 사정에나섰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번에도 비리파문이 좀 잠잠해지면 다시유야무야될게 아니냐고 생각하고 있다.공직자들도 정부의 이런 「강조주간」식 사정에 익숙해진 나머지 사정바람이 불면 엎드리고 바람이 지나가면 고개를 든다.
이번에도 다시 그런 「반짝 사정」이 돼서는 안된다.비리에 대한 지속적.구조적 척결작업을 해야 한다.버스비리에서 보듯 부패의 연결고리는 각종 관청과 공공기관.비호세력등 상상도 못할 만큼 넓고 깊게 걸려 있다.다른 비리도 비슷할 것이 다.지속적 사정이 아니고는 척결이 안된다.이런 지속적 사정과 함께 고위공직자와 정치권의 기강확립.모범도 중요하다.출처 불명의 정치자금을 마구 쓰고 국회가 열려있는 동안 골프를 치는 따위의 풍토에서는 나라기강이 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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