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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후나이 유키오 著"백마리째 원숭이가 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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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953년 일본 남서부 고지마(辛島)라는 무인도에서 재미있는사건이 일어났다.이곳 원숭이들이 어느날 갑자기 고구마를 강물로씻어먹기 시작한 것이다.4년이 지나자 대부분이 따라 했고 강물이 마르면서 바닷물에 찍어 먹는 단계까지 발전 했다.신기하게도이 행동은 멀리 떨어진 곳의 원숭이들에까지 전파됐으며 지금도 계속 번져 나가고 있다.
미국 과학자 라이언 워슨이 「백마리째 원숭이」로 명명한 현상으로 어떤 행위를 하는 개체의 수가 일정량에 달하면 그 행동이다른 집단에도 확산된다는 이론이다.생존에 유리한 가치관과 행동은 이처럼 시공을 초월해 사람들에게도 퍼진다는 낙관론을 견지하며 서구 물질문명의 부작용을 극복하려는 독특한 시도를 담은 책이 나왔다.
일본의 유수한 경영컨설턴트사인 후나이종합연구소 후나이 유키오(船井幸雄.63)회장이 지난 4월 발표한 『백마리째 원숭이가 되자』(사계절刊)가 그 책.소수의 깨달은 사람에 의해 삶의 진리는 발견되고,비록 시간은 걸릴지라도 결국 사회 밑바닥까지 확산된다는 주장이다.일면 순진한 생각처럼 들리지만 뒷받침하는 증거가 다양하고 과학적이다.
자장가의 경우 예부터 불린 노래와 실험용으로 만든 가짜곡을 놓고 외국인들에게 배우게 한 결과 60% 이상이 원곡이 훨씬 배우기 쉽다고 대답했다.유전적으로도 신생아는 부모의 DNA를 계승하는 것은 물론 독일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의 「집단무의식」처럼 인류가 축적해온 형질을 이어받는다.비즈니스계에 널리 알려진 「란체스터 법칙」도 적합한 사례로 시장에서 일정한 점유율을차지한 상품은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그런데 인간과 지구의 관계가 뒤틀린 현실에서 문제가 발생한다.숙주인 인체를 멸망시켜 결국 자신마저 죽는 암세포처럼 자연의일부분에 불과한 인류가 삶의 터전인 환경을 마치 종부리듯 파괴하고 있는 것.더욱이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 를 철칙으로 하는 근대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없이 오직 효율과 성장을 쫓는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윤리적으로는 개인주의가 첫번째 적이다.인간과 자연을 분리하며 경쟁과 대립을 부추겨온 서구 개인주의는 상호공생의 선(善)을 추구하는 생명의 법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이에 저자는 동양적 세계관에 기초한 조화와 화합의 세계를 미래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으로 제시하고 나선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아저씨족」들.고지마 원숭이 가운데 다 큰수컷들만 고구마 씻기를 거부하듯 지금까지 쌓아온 틀을 고집하며새로운 변화에 둔감한 중년들의 과감한 개안(開眼)이 요구된다.
또한 눈앞의 이익에 급급,주판알은 잘 굴리지만 전지구적 시야를상실한 「좁은 눈」을 경계하고 있다.
후나이는 다음 세기를 건강하게 가꾸기 위해 「야채식」 교육을주목한다.꽃보다는 야채를 기르는 마음가짐으로 교육하라는 것이다.삐져나온 가지를 잘라버리는 꽃 재배나 분재보다 한포기도 가볍게 다루지 않는 야채재배처럼 각자의 개성을 존중 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대열에 동참할 「백번째의 사람」을 후나이는 고대하고 있다.92년 브라질 지구환경회의 사무국장 모리스 스트롱의 『아직 지구를 구할 기회는 있다.하지만 지금과 똑같은 과오를 반복 할 시간과 기회는 남아 있지 않다』는 말이 절박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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