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yle] ‘동화 속 소녀’의 꿈 깜찍하게 나빌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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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글=강승민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꿈과 현실 사이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는 한국인 디자이너 정혁서·배승연 커플의 작품이다. 나비로 장식된 패션쇼 무대는 방울과 풍선을 단 모델들로 가득했다. 디자이너들은 “스페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언뜻 봐선 실체를 구별하기 힘든 달리의 작품처럼 이들의 의상은 환상을 표현한 것처럼 보였다. 모델의 머리 위엔 나비 장식 머리띠가 얹혔고 드레스엔 귀엽고 탐스러운 방울이 달렸다.

원피스는 다양한 형태의 주름으로 멋을 부렸다. 시폰 소재를 차곡차곡 겹친 다음 잘라낸 단면은 스커트나 원피스의 장식으로 쓰였다. 귀여운 동물 모양 인형을 클러치 대신 들거나 목도리 대신 두른 것도 눈에 띄었다. 정씨 커플은 “동화 속 소녀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2006년 국내 최대의 신인 디자이너 육성 프로그램인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의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국내에 이름을 알렸고, 정혁서씨는 패션 전문잡지인 보그의 영국판이 ‘차세대 유망 디자이너’로 꼽을 만큼 주목받는 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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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 키시모토는 또 다른 의미의 동화를 풀어냈다. 패션쇼 시작 직전 객석은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로 가득찼다. 패션쇼 무대의 메이크업을 맡은 이경민 원장(이경민 포레)은 “디자이너의 요청이 부드럽고 발랄한 소녀의 느낌, 아이들의 귀여움 같은 것이었다”면서 “새순이 돋아날 듯 투명한 느낌의 핑크색과 노란색이 파스텔톤으로 어우러지게 화장했다”고 말했다. 메이크업은 차분했지만 키시모토의 패션쇼 무대는 도마뱀 무늬가 화려한 원피스, 장미꽃을 잔뜩 얹은 모자 등이 선보여 봄·여름 의상의 화려함을 뽐냈다.

디자이너인 마크 엘리는 “실루엣에선 곡선을 강조해 부드럽게 표현했지만 색상은 밝게 해서 순수함과 부드러움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마크 엘리와 와카코 키시모토는 올 초 프랑스 브랜드인 카샤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돼 파리 컬렉션에 참여하고 있다. 

#숨길 수 없는 아시아의 매력

베트남계 미국인 디자이너 투이 디엡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달 미국 뉴욕 컬렉션에서 ‘주목받는 차세대 디자이너’로 꼽힌 투이는 이번 서울에서의 패션쇼 주제가 “신선함, 낙관주의, 진보”라고 말했다. 뉴욕의 패션 비평가들도 투이의 의상을 ‘낙천적’이라고 이야기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평은 런웨이 위에서 확인됐다. 투이 특유의 품 넓은 드레스와 화사한 색깔의 의상이 그것이다. 패션쇼는 짙은 오렌지색으로 된 긴소매 상의와 검정 스커트로 시작됐다. 넉넉한 실루엣의 상의와 다르게 스커트는 몸에 꼭 맞게 재단했다. 치마의 뒷단은 반달 모양으로 잘라 재미를 더한 모습이었다.

투이의 의상은 전체적으로 비대칭이 눈에 띄었다. 원피스 드레스는 어느 것 하나 양쪽이 같지 않았고 한쪽 어깨만 드러낸 모델들은 한껏 여성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투이는 자신의 디자인에 베트남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의 디테일도 담아냈다. 원피스의 헴라인(스커트나 드레스를 재단하고 끝을 공그른 것)을 본래 천과 다른 짙은 색으로 둘러 마감해 색다른 느낌을 낸 것이다.

세계 패션에 인도풍 유행을 몰고올 만큼 관심의 초점인 인도 디자이너는 특유의 매력을 발산했다. 라슈로프, 니투 굽타 두 명의 디자이너는 라바주라는 브랜드로 인도에서 활약하고 있다. 라바주는 인도풍의 화려한 자수, 전통 의상인 사리를 응용한 다양한 드레스를 선보여 객석의 박수를 받았다. 이들은 사리의 실루엣을 그대로 살려 온몸을 휘감아 도는 드레스를 디자인했지만 소재는 속이 훤히 비치는 것으로 처리했다. 외투처럼 쓰인 드레스 속에는 화려한 프린트를 넣은 또 다른 원피스를 입혀 전통 인도 복식이 현대 의상으로 변신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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