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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가다] 中 긴축에도 현대車는 '씽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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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 9일 중국 베이징(北京) 중심가에서 동북쪽으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순이(順義)구의 베이징현대자동차 공장.

쏘나타와 아반떼 라인에서 중국인 노동자들의 마무리작업이 한창이다. 이곳에서 만난 위민(22.여)은 "지난 3월부터 10만대를 증설한 데다 주문이 몰려들어 무척 바쁘다"며 "회사가 잘 돌아가기 때문에 신이 난다"고 말했다. 한달 월급이 2400위안(약 36만원)가량 된다는 그녀는 장차 결혼할 때쯤이면 이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직접 몰고 싶다고 했다.

이 공장은 여성근로자 350명을 포함해 2643명이 하루 20시간 동안 2교대 근무를 하며 하루에만 650대의 자동차를 밤낮으로 생산하고 있다.

2002년 12월 연간 5만대 생산 라인을 가동한 뒤 불과 2년이 채 안된 지난 3월 10만대를 추가로 생산하기 시작한 이 공장은 활기가 넘쳤다. 최근 중국 정부의 과열억제 정책의 주요 타깃이 자동차업종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지경이다.

베이징현대자동차는 현지에서 '현대속도(現代速度)'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을 정도로 최단기간에 중국시장 개척에 성공한 기업으로 꼽힌다.

1993년 중국시장에 진출한 일본 닛산자동차가 12년 만에 겨우 7만대를 판매한 데 비해 현대자동차는 생산한 지 2년 만에 5만2000대를 팔 정도로 급성장했다.

중국 정부가 '열내리기(降溫)정책'에 따라 자동차 업종을 5개 과열업종 중 하나로 지목했지만 베이징현대자동차는 중국 정부 정책의 변화를 오히려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상하이의 둥펑위에다기아자동차도 비슷한 전략이다.

베이징현대자동차 이강동 이사는 "진출 시기와 기업규모 등에 따라 과열억제 정책에 따른 영향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국민의 소득이 급격히 오르면서 자동차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중국 내 자동차 생산설비가 과잉 수준은 아니란 것이 李이사의 판단이다. 차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자동차 내수시장은 2002년 126만대에서 지난해 220만대로 급증했고 업계는 과열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만 최소 25%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태 대우인터내셔널 중국 총대표는 "2005년부터 수입관세가 떨어지면 자동차 가격은 더 떨어져 내수 수요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내수시장이 커지더라도 정부가 지나친 과열을 막기 위해 새로 진출하려는 외자기업의 투자 승인을 안 해주거나 승인시점을 상당기간 미룰 가능성도 있다.

중국 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경우 중국 진출을 추진 중이지만 현지에서는 투자승인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과열억제 정책의 파장은 의외로 120여 개에 이르는 중국의 국내 영세기업에 몰아칠 것으로 중국 자동차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동차 산업의 구조개편을 담은 신산업정책을 당초 지난해에 발표하려다 이들 기업과 지방 정부의 반발을 의식해 두차례 연기한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폐수처리장 시설 요건을 강화하고 자동차의 배기가스 기준을 높이는 신산업정책이 시행되면 영세업체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과열억제 정책과 더불어 환경보호를 강조하는 신산업 정책이 나오면 중국에 진출한 자동체 업체들의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순이(베이징)=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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