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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라이벌 열전] (24) 전복 vs 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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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vs 굴. 국내에서 ‘조개의 왕’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생산량 면에선 굴이다. 굴은 올 상반기에만 14만5230t이 생산돼 패류 중 1등이다. 귀한 전복은 ‘조개의 황제’라는 ‘고급 브랜드’를 내세운다.

이들은 생김새가 다르다. 전복은 소라·고둥처럼 껍데기가 하나인 권패(卷貝)다.

서양인은 “껍데기가 하나인 전복을 먹으면 사랑에 실패한다”며 기피했다. 반면 굴은 가리비·홍합처럼 껍데기가 둘인 이매패(二枚貝)다.

전복은 쫄깃한 질감(조직감)을 자랑한다. 다시마·미역 등 해조류를 먹고 자라므로 해초 냄새도 느껴진다. 굴은 시원하고 달콤한 뒷맛을 자랑한다. 글리코겐의 맛이다.

영양적으론 전복은 단백질, 굴은 미네랄에서 비교 우위를 보인다. 전복은 단백질 함량이 높을 뿐 아니라(참전복의 경우 100g당 15g), 알라닌·글리신·아르기닌 등 소중한 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다.

굴엔 아연·칼슘(뼈 건강에 유익)·칼륨(혈압 조절)·철분(빈혈 예방)·구리(철분 흡수 도움) 등 미네랄이 풍부하다.

굴은 산란 전인 겨울부터 초봄까지(11~3월) 가장 맛이 있다. 요즘 먹는 굴은 영양가가 높고 탈도 없다. 서양인은 월명(月名)에 ‘r’자가 붙지 않은 5~8월엔 굴을 먹지 않는다. 상하기 쉽고 그만큼 식중독을 일으킬 위험이 크다.

전복철은 알을 낳기 전인 8~10월이다. 계절에 따른 영양 변화가 적어 연중 어느 시기에 먹어도 괜찮다(부경대 식품생명공학부 조영제 교수).

먹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전복은 생으로 또는 찌거나 말려서 먹는다. 날 것이 생복, 찐 것이 숙복, 말린 것이 건복이다. 전복을 쪄서 응달에 말리면 모양·색깔의 변화 없이 3~4년은 보관이 가능하다.

굴은 날로 먹는 것이 최선이다. 생굴이 부담스럽다면 튀김·전·무침을 해서 먹어도 좋다. 굴은 수분이 70%에 달하므로 가열·조리 시 주의가 필요하다. 다른 재료가 다 익은 뒤 마지막에 넣어 살짝 익히는 것이 요령이다.

둘은 닮은 점도 많다.

첫째, 강정(强精)식품이다. 전복엔 정액의 주성분인 아르기닌이 들어 있다. 전복을 말리면 아르기닌이 증가한다. 중국에선 전복·해삼·상어 지느러미·생선의 부레를 최고의 강정식품으로 쳤다.

굴에는 ‘섹스 미네랄’로 통하는 아연이 많이 들어 있었다. 아연은 성호르몬의 합성을 돕는다. 시저·나폴레옹·비스마르크·카사노바는 굴을 즐겨 먹은 역사적 인물이다.

둘째, 타우린(아미노산의 일종)이 풍부하다. 타우린이 굴엔 100g당 1g, 전복엔 0.7g가량 들어 있다(전남대 식품공학과 박춘규 교수). 전복을 말리면 오징어처럼 표면에 흰 가루가 생기는데 이것이 타우린이다.

타우린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뇌를 발달시키며 심장·간을 보호하는 웰빙 성분. 시력 개선에도 유용하다.

셋째, 대량 양식되고 있다. 굴은 경남 통영 주변과 여수 가막만에서 대부분 생산된다. 전복은 전남 완도가 주산지였으나 최근엔 전남 진도·해남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넷째, 다이어트 식품이다. 100g당 열량이 석굴 64㎉, 참굴 85㎉, 참전복 91㎉로 엇비슷하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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