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학가 性추행 '자율제재' 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서울시내 대학가에 성폭력 시비가 잇따르고 있다.
『술에 취해 나도 모르게 여학생을 껴안고 말았습니다.이번 실수를 여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계기로 삼겠습니다.신이 아닌 인간의 행동이니 용서해 주기 바랍니다.』 23일 고려대 공대 도서관앞과 학생회관앞 게시판에는 A4지 2쪽 분량의 이색반성문이 나붙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일 오전3시쯤 서울성북구안암동 고려대이공대 캠퍼스에서 술을 마시던 이 학교 A군이 건물로 들어서던여학생을 뒤쫓으면서부터.
화장실도 갈겸 자리에서 일어난 A군은 이 여학생이 친구의 가방을 보관하기 위해 동아리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충동을 누르지못하고 갑자기 껴안고 말았다.
놀란 여학생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달아났으나 술에 취한 A군은 학생증과 지갑을 가져간후 천연덕스럽게 『다시 만나자』고전화까지 걸었다.
피해 여학생으로부터 이 사실을 전해들은 고려대 여학생위원회는명백한 성폭력이라며 A군을 불러 공개사과문 작성을 요구했다.이에 대해 A군은 『성폭력범으로 매도하는 여학생들이 오히려 언어폭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반박했으나 결국 여학생 위원회의 요구에 못이겨 세차례나 반성문을 작성했다.
여학생위원회는 이와함께 A군에 대해 여성단체에서 6개월간 봉사토록 했다.
대학가 성폭력 시비는 지난 7월 고려대내 도서관에서 여자 화장실을 엿보다 발각된 남학생과 학교내에서 여학생을 추행하려던 성균관대생에 이어 고려대 A군사건이 세번째.
성균관대 B군은 8월14일 오후11쯤 교내 여자화장실에서 재수생을 성추행하려다 학생들에게 붙잡혀 여성단체에서 성교육을 받은 경우.
사건 직후 성균관대 총여학생회는 피해자와 협의를 거쳐 형사처벌 대신 올바른 성의식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B군은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두달간의 성문제 상담원교육을 최근 끝냈으며 매매춘 여성의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참누리」에서 4개월간 자원봉사를 할 계획이다.
이 학생은 학내 게시판에 『성인 연극을 보고난후 성충동을 느껴 우발적으로 한 행동이다.학우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반성문을 붙이고 학교를 자퇴했다.
천창환.정제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