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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의 천국, 환락의 불꽃 - 마카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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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1 마카오 코타이 매립지에 위치한 ‘베네치안 리조트’ 내 실내 운하와 쇼핑몰 2 마카오 타이파 섬 마을의 시장 거리 3 마카오 반도 구시가지의 성바울 성당. 19세기에 화재로 정면의 외벽만 남기고 불타 버린 유적이 고풍스럽게 남아 있다

모름지기 좀 놀 줄 아는 어른이라면 마카오에서 한 번쯤 모든 것을 불사를 듯 놀아 봐야 한다. 그래 보지 않고서야 인생의 맛을 아는 중년이라 말할 수 있을까. 동양의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도시 마카오가 이제 막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 리조트 단지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마카오는 15~17세기 동양 최대의 무역항이었다. 주장(珠江) 강에서 흘러온 퇴적물이 계속 쌓여 수면이 얕아지면서 배가 드나들지 못하게 되자 그 지위를 고스란히 동쪽으로 64㎞ 떨어진 홍콩에 넘겨주고 말았다.옛 영화의 흔적을 간직한 도시, 마카오 여행은 마카오 반도 시내 한가운데 세나도 광장에서 시작한다.

‘Macau’를 ‘마카오’라고 읽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포르투갈의 식민지였고, 이 때문에 대부분의 지명이 포르투갈어로 돼 있다. 광장에서 시작된 발걸음은 자연스레 유럽풍 파스텔 톤 건물 사이로 물결 무늬를 그리는 돌길을 따라 마카오의 상징, 성바울 성당으로 이어진다.

세계문화유산들을 대략 둘러보고 나면 식사를 위해 구시가를 벗어나는 것이 좋다. 요즘 마카오 반도의 외국인은 신시가지의 해안가, 바람 좋은 곳에 모인다. MGM호텔부터 관음상까지가 가장 ‘뜨는’ 거리로 노천 레스토랑과 바들이 바다를 면해 몰려 있다. 이 취향이 아니라면 콜로안 섬 마을로 가자. 소박하면서도 격조 있는 어촌 마을에 대한 환상을 100% 충족시켜 주는 곳이다. 다정한 주민들 사이로 바닷가 산책로를 걸은 후 드라마 ‘궁’의 윤은혜와 주지훈이 그랬던 것처럼 콜로안의 명물 ‘에그 타르트’를 홍차와 함께 먹어 보자.

현재와 과거, 유럽과 아시아, 고즈넉한 자연과 화려한 밤 문화가 어울린 풍경의 마카오는 최근 ‘에덴의 동쪽’, 내년에는 ‘꽃보다 남자’ 등 국내 TV 드라마의 로케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오후에는 타이파 섬의 ‘간식 시장’을 추천한다. 간식거리 겸 기념품으로 중화풍 단과자와 육포를 파는 가게들이 골목길을 울긋불긋 수놓고 있다.

카지노가 번성하고 있는 마카오 반도의 호텔 거리는 대리석·샹들리에·금장식·샴페인이 넘쳐나는 거대한 보석상자 같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 주는 내·외장재가 어마어마한 건축비를 말해주지만 그다지 첨단의 미학은 아니어서 친근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이제 마카오 관광의 진정한 목표는 콜로안 섬과 타이파 섬 사이를 매립해 만든 코타이 지역으로 옮아가고 있다.

미국의 카지노-호텔 자본이 투자한 거대한 리조트 단지가 건설 중이다. 수만 개 객실을 갖춘 라스베이거스 스타일의 호텔과 LA의 명품 쇼핑, 브로드웨이의 쇼, 세계 각국의 미식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십 개의 전시·회의장과 스포츠 경기장, 그리고 공연장·극장이 2009년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2007년 개장한 ‘베네치안 리조트’ 역시 3000개의 스위트룸, 10만㎡의 회의·전시 공간, 1800석의 ‘태양의 서커스’ 상설 공연장을 거느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이탈리아의 수상 도시 베네치아를 모티브로 꾸며진 쇼핑몰이다. 높이 15m의 천장에 흰 구름이 그려져 있고 실내에 조성된 250m에 달하는 3개의 인공 운하에는 곤돌라가 승객을 태우고 떠다닌다.

여기저기서 거리 공연을 펼치는 광대와 가수들이 보인다. 가족 단위 관광객이라도 오직 실내에서만, 언제까지나 쾌적하고 흥겨운 여행을 만끽할 수 있는 환경이다. 단, 복합 건물 안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지도책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호텔 로비의 가림막 뒤편에는 거대한 카지노 홀이 펼쳐져 있다. 슬롯머신의 숲 바로 옆에서 재즈 공연이 펼쳐지고, 룰렛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친절한 웨이트리스가 수시로 공짜 음료를 주문받는다. 수준 높은 음식도 놀랄 만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천국이다. 한번 들어서면 나가고 싶지 않다.

양이 있으면 음도 있는 법. 중국 정부와 언론은 마카오 특별행정구역의 수익과 분배 문제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마카오의 유적과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특집기사를 내보냈고, 이번 달 초 중국 정부는 본토인이 마카오 방문 시 비자를 받아야 하고 방문 횟수와 기간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글·사진 마카오 = 이수영 객원기자 uchatn@joongang.co.kr

자료 제공 마카오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macau.or.kr), 마카오 베네치안 리조트(venetianmac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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