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남대문 夜市場에 DJ들,흥겨운 음악틀어 상가 활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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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의 「음악전쟁」이 의류상가 주도권 쟁탈전만큼이나 치열하다.종래 재래시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음악 디스크 자키(DJ)들이 상가마다 고정배치돼 쇼핑가이드 겸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음악경연을 벌이고 있는 것이 다.
이들은 보통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상가 외부에 설치된 DJ박스에서 몸동작을 곁들인 신나는 음악으로 심야영업에 지친 상인과 고객들의 활력을 돋워준다.
이른바 「패션자키」라고 불리는 심야시장 DJ가 처음 등장한 것은 80년대 후반.당시 실시된 유흥업소 심야영업 금지조치로 설 자리를 잃은 나이트클럽 등의 밤무대 DJ들이 시장으로 진출해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이들은 음 악의 전후 연결부를 교묘하게 짜깁기해 한순간도 음악이 끊어지지 않게 하는믹싱(mixing)기법의 달인들이다.나이트클럽과 심야 의류시장의 음악이 서로 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의류시장 주고객들이 의류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파급효과도 엄청나다.이들이 들려준 음악에 젖어 사는 상인들은 자신들의 가게에서도 같은 곡을 들려주기 때문이다.따라서 음반업계에서는 이들이 FM방송 DJ 못지않게 VIP대접을 받고 있다.이제 「야시장에서 뜨면 방송에서도 뜬다」는 말이 음반업계의 상식이 돼버렸다.얼마전 크게 히트한 『혼자 걸었어』라는 노래가 그러했고 최근에는 『존재의 이유』라는 곡이 같은 경로를 거쳐 「뜨고」 있다.
분위기를 띄우는데 있어서 DJ들의 역할이 갈수록 강조되면서 신설 상가일수록 이 부분에 투자를 많이 한다.최근 개점한 거평프레야는 내부와 외부에 별도의 뮤직박스를 두고 총 4명의 전속DJ를 고용해 공개방송 등의 각종 이벤트도 벌일 계획이다.
이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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