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해怪罔測-워낙 고약하여 헤아릴 수가 없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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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駭怪는 말(馬).돼지(亥)가 괴이(怪異)한 것을 보고 놀란다는 뜻이며 罔은 그물()속의 사냥감이 달아났다(亡)는 뜻이다.
그래서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곧 罔測은 「이치에 맞지 않아 헤아릴 수 없다」가 돼 駭怪罔測은 「어찌나 놀랍고도 고약한지 상식적으론 도무지 요량(料量)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인간의 행동을 제약하는 것에는 상식(常識)도 있다.그래서 상식과 배치(背馳)되는 언행(言行)은 「이상(異常)」으로 비치게된다.그러나 「이상」의 정도를 넘어 아예 상식이 존재하지 않는「몰상식(沒常識)」의 지경에 이르게 되면 駭 怪해질 수밖에 없다. 「기유차리(豈有此理,95년3월22일자)에 대해 설명한 바있다.우리말로 하면 「우째 이런 일이…」다.다리가 무너져내리는가 하면 가스관이 폭발했고 살부(殺父)사건이 꼬리를 물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駭怪罔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이 잠수함으로 무장공비(武裝共匪)를 보내 양민을 학살해 놓고도 「조작극」이라고 뒤집어 씌우면서 「보복(報復)」을 공갈(恐喝)하니 말이다.왜곡(歪曲)과 날조(捏造)의 극(極)을 보는 느낌이다.
쌀을 보내주니까 간첩으로 갚더니 이번엔 아예 무장공비로 보답해왔다.배은망덕(背恩忘德)을 넘어 「이원보덕(以怨報德,덕을 원한으로 갚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소개한 「송양지인(宋襄之仁,95년8월13일자)」은 「쓸데 없는 관용」을 뜻한다고 했다.이제 정부의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모양이다.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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