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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 국회 첫 국정감사 失政 꼬집는 비유 만발 말 풍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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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번 국감에서도 풍성한 말의 성찬(盛饌)이 이뤄졌다.무장공비침투.경제난국등에 겹쳐 정부의 실정(失政)을 조목조목 꼬집는 의원들의 비유가 만발했다.현실을 매섭게 추궁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함축도 많았지만 인기위주의 말잔치로 흐를 역(逆)기능도시종 지적됐다.
…기언.명언의 대부분은 질타형.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신한국당박명환(朴明煥.서울마포갑)의원은 한국은행을 『재정경제원의 남대문출장소』라고 빗댄뒤 『이같은 체제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등 국제화.개방화의 주역이 될 수 없다』 고 일갈했다.
고속철도건설공단 감사에서 신한국당 김일윤(金一潤.경주갑)의원은『국내건설 현실은 제1악장 설계부실,2악장 시공부실,3악장 감리부실로 연결되는 부실교향곡』이라고 성토를 퍼부었다.국민회의 김한길(전국구)의원은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현 교육현실은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치는 격』이라고 힐난.포철 협력업체 대표자가 모두 전직포철간부라고 지적한 자민련 구천서(具天書.청주상당)의원은 『한번 포철인이면 영원한 포철인이냐』고 톤을 높였다.
국방기강해이가 주의제로 부상한 국방위는 특히 말잔치가 풍성했다.자민련 한영수(韓英洙.전국구)의원은 『삼각팬티를 입고 내무반에서 삐삐 차고다닌다는 신세대사병은 군복만 입은 민간인일 뿐』이라고 성토.
자민련 정석모(鄭石謨.공주)의원은 『우리 군의 총기 안전사고는 도대체「정말 못말려」인지 아니면 「정말 안말려」인지 분명히답해달라』고 따져 물었다.국민회의 임복진(林福鎭.광주남)의원은『돌던지면 닿을 거리까지 접근한 잠수함을 발견 하지 못하고,돌만 던져봐도 알 수 있는 철제잠수함을 플라스틱 재질이라고 보고하는게 국방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자민련 변웅전(邊雄田.서산-태안)의원은 농림부 국감에서『식용쌀이 들어올 때 농민이 흘린「목포의 눈물」을 장관은 들어보았는가』『쌀 보낸 바다밑으로 공비 실은 잠수함이 돌아왔다』는등 변사조 질의로 눈길.
정보통신부 국감에서 신한국당 하순봉(河舜鳳.진주을)의원은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현실을 지적한뒤 『컴퓨터황제 빌 게이츠도 이런 환경에서는 도산할 판』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대안제시과정에서 쏟아진 말도 재기가 만발했다.신한국당 김용갑(金容甲.밀양)의원은 위천공단과 관련,『대구도 살고 부산도 살고,낙동강도 살고 위천공단도 살 솔로몬의 지혜는 없느냐』고 호소조의 주문.신한국당 이우재(李佑宰.서울금천)의 원은 농촌진흥청측에 『신개발 벼품종에「다산벼」「일품벼」등 모호한 이름대신개발한 연구원의 이름을 붙여 책임감을 높일 벼품종 실명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대법원 국감에서 국민회의 천정배(千正培.안산을)의원은『외국판사가 두 전직대통령 의 죄수복이 우리 전통복장이냐고 물어와 얼굴이 화끈했다』며 『한복.고무신의 현 죄수복을 자유복장으로 바꾸자』는 이색제안을 했다.
…장관과 의원간의 비유 섞인 설전도 눈에 띄었다.권오기(權五琦)통일부총리는 대북(對北)정책이 일관성 없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동생 버릇을 고치려면 형과 아버지가 때론 벌을 주고 때론돈을 줘야지 이를 일관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며 소신답변.
강창희(姜昌熙)통신과학기술위원장은『의원질의는 15분으로 제한했는데 장관답변이 30분이나 걸리고 있다.「빠떼루」받지 않으려거든 간략히 대답하라』고 장관 군기확립(?)에 나서 대조적.강재섭(姜在涉)법사위원장은 감사받으러 나 온 춘천지검장에게 『지금이 감사받을 때냐.빨리 가서 군경과 협력해 공비나 검거하라』고해 화제가 됐다.
최훈.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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