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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 대학진학길 '활짝'-특기생자격 인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97년도는 바둑이 캠퍼스와 인연을 맺는 획기적인 한해가 될 것 같다.명지대는 세계 최초로 정원 20명의 바둑 전공과정을 체육학부에 신설키로 결정했다.
경기대는 지난 3월 일찌감치 프로기사 3명을 특례입학시킨다는방침을 발표했는데 올해 고교를 졸업하는 6명의 프로기사가 여기에 지원한다.
성공회대학은 일반교양과목으로 바둑을 신설하고 정수현(鄭壽鉉)8단을 강사로 초빙할 계획이다.
「동양의 머나먼 도(道)」로 불려온 바둑이 자유로운 공간을 벗어나 사회의「틀」속으로 들어서기 시작하는 것이다.
▶명지대=명지대는 오래전부터 「바둑지도학과」설립을 추진해왔으나 대학정원을 늘리는데 어려움이 따르자 내부의 정원조정을 통해바둑 전공과정을 신설하기로 했다.이 작업을 이끌어온 임성빈(任聖彬)공대학장은 1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내 용면에선 학과가 생긴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바둑교수는 누구를,어떻게 영입할 것이냐는 질문엔『처음 1년간은 교양과정이기 때문에 바둑교수가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대답했다.
입학 때는 예능계열과 마찬가지로 실기(바둑실력)가 30%를 차지하고 수능과 내신.면접이 나머지 70%다.입학후엔 바둑사.
바둑철학등이 80%,실기는 20%의 비율로 배운다.
졸업후엔 어찌되는가.
한국기원의 정동식(鄭東植)사무국장은 명지대의 방침을 크게 환영하면서 『세계 최강인 한국바둑의 해외보급과 어린이교육은 물론바둑TV.출판.컴퓨터등 바둑산업에 인재들이 많이 필요하다』며 연계체제를 효과적으로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경기대=경기대는 바둑특기자를 뽑고 싶은데 어떤 과가 적합한가 연구하다「체육특기자」로 특례입학시키기로 했다.체육특기자는 과의 제한을 받지 않아 편리하다.
프로기사만 입학이 가능하며 97학년도는 3명을 뽑는다.아마추어리즘에 충실해야할 대학이「프로」만 받는다는게 좀 이상하다는 해석도 있다.
올해 충암고를 졸업하는 이성재(李聖宰)3단,김만수(金萬樹)2단,김명완(金明完)2단,서무상(徐武祥)2단,그리고 여류기사인 윤영민(尹泳珉.숭의여고)초단,김태향(金兌享.정신여고)초단등 3학년생 6명이 모두 응시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수능시험이 복병이다.운동선수와 마찬가지로 60점은 넘어야 자격이 되는데 요즘의 프로기사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바둑에만 몰두해온「선수」들인 탓에 그것도 만만찮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강철민(姜哲民.서울대상대)7단,홍종현(洪鍾賢.서울대법대)8단,한철균(韓鐵均.고려대)5단등 프로기사중 대학을 다닌 사람은 상당히 많다.하지만 이중에 한시대의 정상에 선 기사는 없어 바둑계는 예전부터『조훈현,이창호처럼 한우물만 파야 성공한다』는 것을 철칙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프로입단을 두번 한 홍종현8단,12세때 프로가 됐으나 집안의 엄명으로 대학졸업 때까지 시합에 출전하지 못했던 최규병(崔珪昞)7단은 아까운 존재로분류되곤 했다.
이래서 바둑계는 점차「대학」에 무심해졌다.서울대영문과에 재학중인 여류 남치형(南治亨)초단을 제외하면 근 10년내에 아무도대학을 가지 않았고 승부가 치열해지면서 고등학교는 물론 중학교마저 중퇴하는 기사들도 나왔다.
예전과 크게 달라진 풍속도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나 부모들의심정은 달랐던 모양이다.이번에도 부모들이『승부가 인생의 전부는아니다』고 권해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소식이다.
▶성공회대학=전공과정이나 특기자처럼 바둑과 인연을 맺은 학생들이 아니고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바둑을 가르친다.강의내용은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바둑계에서 별명이「교수」였던 정수현8단이 첫 강사로 내정된 것이 재미있다.한양대영문과 를 나온 鄭8단은 포석법등 다수의 저서가 있고 TV해설자로도 활약해왔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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