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베트남戰 중재國 요구-美CIA 비밀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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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정부가 64년9월부터 시작된 국군의 월남파병 대가로 미국정부에 베트남전쟁 중재회담 참여를 끈질지게 요구함으로써 미국측을 곤혹스럽게 했음이 처음 밝혀졌다.
한국정부는 또 파병에 맞춰 다른 나라에 비해 불평등하게 체결된 주한미군 지위에 관한 행정협정(SOFA)의 재협상을 미국정부에 제안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는 이미 알려진 대로 국군파병을 미국측에 먼저 제안한데 따른 외교적 실리를 철저히 챙기려 한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내용은 최근 중앙일보가 단독입수한 66년6월24일자 「미국 중앙정보국(CIA)주간특별보고서」(SC No.00775/66A)에서 확인된 것이다.이 비밀정보문서는 93년6월16일비밀해제됐다.
CIA보고서는 『한국정부가 베트남전쟁의 최종 처리과정에서 한국이 협의대상국이 돼야 하며,중재회담 테이블에 참여할 권리를 미국이 인정해 줄 것을 점점 더 강도높게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에 대해 미국정부는 『이런 주장은 미래의 한.미관계에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정부는 또 SOFA 재협상 요구를 한국정부가 파병대가로 제안해 오자 매우 껄끄럽게 생각했다.
CIA보고서는 『한국인은 주한미군 범죄의 재판관할권을 자기들이 갖지 못한데 대해 매우 분노하고 있다』고 당시 한국내 분위기를 전했다.
또 『이 문제가 반미(反美)주의라는 거센 파고를 일으킬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한국정부와 야당정치인들 모두 선거쟁점으로 부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정부는 『한국정부는 미국에 대한 충성심과 6.25전쟁 당시 한국을 원조한 자유세계에 보답해야 한다는 뿌리깊은 의무감에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고 본 것으로 이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일본이 6.25전쟁에서 그랬듯 한국은 베트남전쟁에서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일반적 믿음이한국내에 팽배하다』며 경제적 요인도 참전의 주요동기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리고 『한국은 베트남에서 공산세력을 완전히 타도한 뒤 강력한 반공정부를 세움으로써 통일베트남을 자신의 영향권내에 두려 한다』고 분석했다.『이를 미국이 저지하거나 한국이 베트남전쟁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면 한국정부는 한국내 한국군에 대한 UN의 작전통제를 비롯해 전체적인 한.미관계를 훼손하려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동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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