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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유통구조 거부 제작 국내 첫 '독립음반' 나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한 장의 레코드가 나오기까지는 적잖은 돈이 들어가게 마련이다.가요계 관계자들은 『녹음실및 장비 대여료.음반 인쇄료등 순수제작비로만 적어도 4천만원이 소요된다』고 말한다.가수들은 대부분 계약을 한 기획사나 음반사로부터 선급금을 받고 제작경비를 충당하고 음반사는 가수들의 밥줄과 직결되는 유통체계를 전적으로관장한다.
이 과정에서 음반사는 『잘 팔릴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라,그렇지 않으면 제작비를 주거나 유통을 책임질 수 없다』며 제작과정에 개입하고,그 결과 가수나 연주자의 의도와 어긋나는 음반이나오기도 한다.독립제작음반이란 이러한 음반제작. 유통의 메커니즘을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완성한 음반을 말한다.최근 펑크록 밴드 「크라잉 너트」와 「옐로우 키친」이 함께 만든 『아우어 네이션(Our Nation)』은 국내 최초의 독립음반으로 기록될만하다. 서울 홍대 입구의 소규모 클럽인 「드럭」을 주무대로 공연활동을 벌이던 두 그룹은 그룹 시나위의 스튜디오를 빌려 녹음을 완료했고 모두 1천5백만원의 적은 예산으로 CD 5천장,카세트 테이프 1만5천개를 제작했다.전문 기술자의 손을 거치지않은 탓에 녹음상태가 다소 미흡하지만 이들은 『기존 제작체계와독립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창작의도를 끝까지 관철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들은 유통면에서도 공연장.대학가.라이브 클럽에서의 현장 판매와 컴퓨터 통신을 통한 주문판매등의 새로운 방법을 활용할 계획이다.지난해 독립제작을 표방했던 원종우의 1인 밴드 「배드 테이스트」의 데뷔음반이 직배음반사인 한국BMG에 유통을 맡겼던것과 비교하면 철저히 독립적인 방식이다.미국.영국은 물론 일본에서는 이처럼 대자본의 개입을 허락치 않는 제작방식이 상당히 활성화돼 있어 할리우드의 상업영화에 대항하는 독립(인디펜던트)영화와 곧잘 비교된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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