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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투자자가 보는 국내 증시-限度늘려도 투자분위기 썰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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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국내증권시장이 외국인에 대한 투자한도를 늘려가는데도 불구하고정작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랭하기 짝이 없다.
뉴욕에서 만난 미국 기관투자가들의 한국시장에 대한 태도는 무관심에 가까울 정도다.
양재량 쌍용증권 뉴욕현지법인장은 『한국경제에 불안을 느끼다보니 투자를 망설이는 것같다』고 설명한다.9월의 무역적자폭이 줄어든 사실을 강조해도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전한다.
지금까지 세차례에 걸친 한도확대시 주식을 산 기관들은 대부분손해를 보고 있다.엎친데 덮친격으로 환율까지 올랐다.원-달러 환율이 8백60까지 갈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지난 4일 유서깊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이사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시장설명회에 참석한 펀드매니저들은 한국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이야기에 시큰둥했다.클레멘테 캐피털의 조영제박사는 한국과 미국간에는 지리적 거리만큼 시각 차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을 못사 병이 난 것처럼 생각하지만 외국인 투자가에게 있어 한국은 많은 시장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국내시장의 열기로 흥분해 있는 미국투자가들이 외국시장 특히 「돈벌기 힘든」 한국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스미스바니의 컨드리펀드 리서치 책임자인 마이클포터는 아시아국가들보다도 남미.동유럽지역을 더 주목했다.수출부진에다 북한문제까지 가중되고 있는 한국은 당장 달려가고 싶은 곳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메릴린치의 보브 패럴은 최근 「이머징마켓」중 한국과 타일랜드가 아직 하락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인도.대만,남미의 멕시코.칠레,그리고 체코가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한승수(韓昇洙)경제부총리의 뉴욕증권거래소 방문은 월스트리트의주목거리가 될만했다.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의 해리 세거먼은 아침 간담회 시간에 대기 위해 코네티컷 집에서 오전4시에 출발했다고 말했다.어떤 펀드매니저는 환율을 걱정했다.
북한 잠수함이 잠깐 화제에 올랐지만 더이상 확대되지 않는한 중요한 변수는 아니라는 것에 대체로 동의했다.여하튼 그들은 「기댈데」를 찾고 있는 눈치였다.따라서 韓부총리는 무언가 한마디해야 할 입장에 있었는데 불행히도 모임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참석자들은 지난 5년동안 한국경제가 얼마나 성장했는가가 아니라 지난 6개월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고 한국정부는 어떤 복안을가지고 있는지 경제정책의 최고책임자로부터 직접 듣고 싶었다는 이야기다.
스피치가 끝나고 나온 『원-달러 환율 목표는 어디냐』『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韓부총리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뉴욕=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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