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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년 은행 소유 길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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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내년부터 산업자본(기업)이 시중은행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한도가 현행 4%에서 10%로 늘어난다. 국민연금 등 60개 공적 연기금과 사모투자펀드(PEF)는 일정 요건만 갖추면 은행을 100%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한 금산분리 원칙이 대폭 완화되는 것이다. 또 보험이나 증권(금융투자)이 주 업종인 금융지주회사는 제조업 등 일반 기업을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게 된다. <관계기사 e1면>

금융위원회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 금융노조의 반발이 거세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진 진통이 예상된다.

개정안은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사모펀드에 기업이 출자할 수 있는 금액을 30%까지로 크게 올렸다. 지금까지는 10%까지만 가능했다. 특정 기업이 30%를 투자한 사모펀드가 은행을 사들인다면, 사실상 그 기업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는 셈이다. 국민연금 등 60개 공적 연기금도 일정 요건만 갖추면 금융자본으로 인정받게 된다.

은행업계에선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한도가 10%지만 그 정도로도 주요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BNP파리바는 신한금융지주, 국민연금은 국민은행의 대주주이지만 지분 규모는 5~8% 정도다.

김주현 금융위 정책국장은 “기업과 은행에 대한 검사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며 “은행이 기업의 사금고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보험·증권 지주회사가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거느리는 게 허용되면 대기업의 지배구조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삼성의 경우 하나의 지주회사 밑에 삼성생명과 삼성전자가 자회사로 들어올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삼성 측은 지주회사 설립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금융회사가 많은 데다 비교적 소유구조 개편이 쉬운 동양·동부 등은 지주회사 설립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준현 기자

◆금산분리 원칙=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것. 애초 8%였던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는 1995년 4%로 낮아졌다. 미국은 10%였던 산업자본의 보유 한도를 지난달 15%로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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