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런 식의 국감 제도는 이제 끝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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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닷새만을 남겨두고 있다. 국내외에 위기의 파도가 높은데 20일간의 ‘몰아치기’ 국감은 구조적 한계와 부작용을 다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회는 남은 국감이나마 성실히 마무리하고 국감제도를 뿌리부터 뜯어고치는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와 여야는 토론과 공청회 등을 거쳐 하루빨리 새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상시(常時) 국감으로 제도를 바꾸면 바로 내년부터 시행하면 된다. 국감을 의원의 칼자루나 밥그릇이라 여기는 구태에만 빠지면 개혁은 요원하다. 새 정치를 외치고 당선된 초선들이 앞장서야 한다.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벼락치기 부실감사라는 것이다. 의원들은 20일 동안 약 500개에 달하는 부처·산하기관을 감사한다.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에 부처가 내놓는 자료를 합치면 의원들은 자료 더미에 압사당할 지경이다. 피감기관을 파악하려면 자료조사가 우선인데 어느 세월에 이를 보겠는가. 이러니 정책감사는 요원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야는 판만 벌어지면 정쟁으로 치닫는데 국감은 판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이다. 문방위에선 노조원들의 돌발사태에 대비해 경찰을 배치한 것을 야당이 거세게 항의해 회의가 소용돌이쳤다.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여성의원은 야당의원들과 설전을 벌여야 했다. 행정안전위의 서울시 감사에선 ‘불륜’이란 용어 하나를 놓고 수시간을 싸움으로 허비했다. 의원들의 품위 없는 행동도 여전하다. 같은 당 초선이 위원장에게 진행을 똑바로 하라고 소리치고, 동료의원들에게 “무식하다”고 일갈하는 의원도 있다. 국회의원이 절반 안팎으로 바뀌었는데 왜 풍토는 이렇게 똑같은지….

물론 국감의 순기능도 있다. 보건복지부 차관 등 문제 공직자를 추궁하고 공기업 비리를 다시 세상에 드러내는 등 부실을 파헤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평상시에 상임위 차원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래서 20일 대신 상시 감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은 것이다. 그것이 선진국형 모델이기도 하다.

[이슈] 2008 국정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