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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짓기교실>6.창작실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그동안 살펴온 바 시조짓기의 기초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시조 창작의 실제적인 과정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하지만 시조마다 그 구성요소가 다르고 또 한 시인의 작품이라하더라도 편마다 특성을 달리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일률적.객관적으로 추리한다는 것은 무리한 일일 뿐만 아니라 모험이 따르는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여기서 필자의 졸작 『돌』을 예로 드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 일 뿐 이 작품이 한 본보기가 될만한 좋은 시조이기 때문에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이는 순전히 서술상의 편의를 위한 것임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
나는 불이었다.그리움이었다.
구름에 싸여 어둠을 떠돌다가 바람을 만나 예까지 와 한 조각돌이 되었다.
천둥 비 바람에 깨지고 부서지면서도 아얏 소리 한 번 지르지못하는 것은 아직도 견뎌야 할 목숨이 남아 있음이다.
사람들이 와 절망을 말하면 「절망」이 되고 소망을 말하면 또「소망」이 되지만 억년을 엎드려도 깨칠 수 없는 하늘 소리.
땅의 소리.
산길을 오르다가 돌부리에 채인 적이 있었다(시적 동기).악연도 인연이다 싶어 그 돌을 뽑아 집으로 가져왔다.그 돌과의 인연도 10여년을 헤아리는 동안 정도 깊어졌다(관찰).그 돌이 시적 대상이 된 셈이지만 감성적 교감보다 논리적 상상력으로 돌속에 내재돼 있는 생(生)의 의미를 천착해서 의미의 세계를 형성화해 보고자 했다(상상력).
이 시조는 생명의 근원성과 현상적 의미를 주제로 해 3연(수)의 연시조 형식으로 써 보았다.음보율을 중심으로 했지만 얼마간 변형적 형태를 보이게 된 것은(주제와 형식)자연스러운 호흡에 따라 구어적 서술어법을 취한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시어의 구사).1연에서는 생명의 근원성을,2연에서는 삶의 현상적 의미를,3연에서는 생의 초월적 의지와 구도의 자세를 각각 의인화법(수사법)으로 노래했으며,이러한 주제적 요소들이 전체적인 심상(의미망)을 이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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