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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리더십 위기 “괜찮다” 고만 하면 거꾸로 가는 환율·주가,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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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이명박 대통령은 주말 내내 경제위기 해법에 골몰했다. 공식 일정 없이 13일로 예정된 첫 ‘라디오 노변담화’ 녹음을 했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공휴일에도 경제팀을 모아 회의를 하고(개천절 경제상황점검회의), 주가와 환율 수치를 수시로 챙기고 있다. 그런데도 시중에선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올봄 쇠고기 파동을 겪었는데도 나아진 게 없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런 우려는 시장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정부가 환율 상승세가 지나치다고 하면 환율이 더 오르고, 주가가 괜찮다고 하면 더 떨어졌다. 7일도 그런 경우다. 한승수 총리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전광우 금융위원장,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모여 외환시장 안정책을 논의했지만 환율은 되레 59원 올랐다. 이날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애널리스트들과 만나 “해외 증시는 급락했지만 국내 증시는 선방하고 있어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1200선을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초기 진화를 못 했다. 중소기업을 벼랑으로 내몬 환헤지 상품 키코(KIKO)는 금융감독 실패 사례다. 키코 피해가 알려진 것은 4월. 그러나 정부는 “은행과 기업의 사적 계약”이라며 방치했다. 그사이 일부 기업은 손실을 만회할 요량으로 훨씬 더 위험한 새 환헤지 계약을 하는 ‘물타기’를 했다. 정부는 기업 줄도산 사태를 맞고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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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전으로 물러나 있기는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달러를 구하지 못해 시중은행에 연일 불이 났는데도 이성태 한은 총재는 위상에 걸맞은 방화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시중에 유동성이 늘면 물가를 자극한다는 논리에만 매달려 있다. 이 총재는 오히려 “환율과 주가 변동이 상당히 클 수 있지만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한다”(2일 국회 경제정책포럼)고 말해 시장에 불을 질렀다. 이 총재의 발언은 강만수 장관이 “필요할 경우 확실히 개입하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날 나온 것이어서 시장의 혼란은 더 컸다.

부처 간 밥그릇 싸움도 여전하다. 6일 강만수 재정부 장관이 은행장 간담회를 소집했다. 그러자 금융위에서 적잖은 반발이 일었다. 은행장 모임은 금융위 소관인데 왜 재정부 장관이 주도하느냐는 것이었다. 결국 간담회는 강 장관과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공동 소집한 모양새가 됐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는 “경제 정책의 조정·통합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강 장관이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들이 외화증권 등 해외자산을 조기에 매각하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논란이 됐다. 조용히 은행장들에게 부탁해도 될 일을 공개적으로 하는 바람에 시장에선 ‘정부가 위기를 공식 선언한 게 아니냐’며 불안감이 증폭됐다.

책임만 면하려는 복지부동이나 부처 간 혼선은 대통령의 리더십이 발휘돼야 바로잡을 수 있다. 현재의 위기가 수습 가능한 것이라는 신뢰를 국민에게 심는 게 시급하다. 컨트롤 타워가 어딘지를 분명히 하고, 각 부처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정리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단발성 정책이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큰 그림을 대통령이 제시해야 한다”며 “노변담화를 일방적 홍보 수단으로 삼으면 오히려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렬·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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