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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금메달 감독과 국보급 스타 … Moon - Sun 빅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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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해 11월 올림픽 예선 때 대표팀 사령탑으로 함께 뛴 김경문(左)과 선동열 감독. [중앙포토]

두산과 삼성이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티켓을 놓고 운명의 대결을 벌인다. 양팀은 16일 잠실구장 1차전을 시작으로 7전4선승제의 열전에 들어간다.

특히 양팀 사령탑인 김경문(50·두산), 선동열(45·삼성) 감독의 애증이 경기에 어떻게 투영될지도 관심거리다. 둘은 고려대 3년 선후배로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때로는 동지로, 때로는 적으로 인연을 이어왔다.

앞서 삼성은 11일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6-4로 승리해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방장과 방졸 사이=두 감독의 만남은 27년 전인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려대 4학년이던 김 감독은 갓 입학한 선 감독과 선수 숙소에서 같은 방을 썼다. 김 감독은 방장, 선 감독은 방졸로 인연을 맺었다.

프로 무대에서는 선 감독이 ‘국보급 투수’로 명성을 날린 반면 김 감독은 잦은 허리 부상 등으로 고전하다 10년 만에 유니폼을 벗었다. 둘의 운명적인 만남이 다시 시작된 것은 2004년이었다. 그해 김 감독은 두산 사령탑을 맡고, 선 감독은 김응용 감독 밑에서 삼성 수석코치로 지도자에 입문했다.

적장으로 처지가 바뀌었지만 김 감독은 “선 감독과는 5분이면 트레이드가 성사된다”며 남다른 우의를 잃지 않았다.

◆가을 잔치 희비=프로 지도자로서 포스트시즌 맞대결은 선 감독의 압승이었다. 선 감독은 수석코치였던 2004년, 김 감독이 이끈 두산을 플레이오프에서 3승1패로 꺾었다. 감독으로 승격한 첫 해인 2005년 한국시리즈에서는 김 감독을 4승무패로 무너뜨렸다.

김 감독과 선 감독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예선 때 대표팀에서 각각 감독과 수석코치로 다시 한솥밥을 먹었다. 그러나 12월 1차 지역 예선 탈락 뒤 선 감독이 건강과 소속팀 관리를 이유로 대표팀을 떠나며 둘 사이에 이상 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대표팀이 올림픽 직행 티켓 획득에 실패한 데다 이른바 ‘일본전 위장 오더 사건’으로 코칭스태프 내에 갈등이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둘은 이 같은 추측을 부인했지만 야구계에서는 “선 감독이 대표팀을 나오며 둘 사이가 틀어졌다”는 말도 나돌았다. 이후 김 감독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선 감독은 소속팀을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공격 야구 vs 지키는 야구=두 감독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지도 스타일이다. 둘 다 마운드의 불펜을 중시하고 젊은 선수들에게 과감하게 기회를 주는 것은 같다.

그러나 김 감독은 번트보다는 강공을 앞세우는 공격 야구를 선호하는 반면, 선 감독은 투수 출신답게 ‘지키는 야구’를 강조하는 차이점도 있다. 올 시즌 팀 도루 수에서 두산이 189개로 1위, 삼성은 59개로 최하위에 머문 것도 두 감독의 경기 운영 스타일을 드러낸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김 감독은 지도자로서 선 감독과 삼성에 당한 포스트시즌 2연패를 설욕해야 하는 처지다. 선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3연승의 기세를 한국시리즈에까지 이어갈 태세다.

신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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