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올림픽 예선 때 대표팀 사령탑으로 함께 뛴 김경문(左)과 선동열 감독. [중앙포토]
특히 양팀 사령탑인 김경문(50·두산), 선동열(45·삼성) 감독의 애증이 경기에 어떻게 투영될지도 관심거리다. 둘은 고려대 3년 선후배로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때로는 동지로, 때로는 적으로 인연을 이어왔다.
앞서 삼성은 11일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6-4로 승리해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방장과 방졸 사이=두 감독의 만남은 27년 전인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려대 4학년이던 김 감독은 갓 입학한 선 감독과 선수 숙소에서 같은 방을 썼다. 김 감독은 방장, 선 감독은 방졸로 인연을 맺었다.
프로 무대에서는 선 감독이 ‘국보급 투수’로 명성을 날린 반면 김 감독은 잦은 허리 부상 등으로 고전하다 10년 만에 유니폼을 벗었다. 둘의 운명적인 만남이 다시 시작된 것은 2004년이었다. 그해 김 감독은 두산 사령탑을 맡고, 선 감독은 김응용 감독 밑에서 삼성 수석코치로 지도자에 입문했다.
적장으로 처지가 바뀌었지만 김 감독은 “선 감독과는 5분이면 트레이드가 성사된다”며 남다른 우의를 잃지 않았다.
◆가을 잔치 희비=프로 지도자로서 포스트시즌 맞대결은 선 감독의 압승이었다. 선 감독은 수석코치였던 2004년, 김 감독이 이끈 두산을 플레이오프에서 3승1패로 꺾었다. 감독으로 승격한 첫 해인 2005년 한국시리즈에서는 김 감독을 4승무패로 무너뜨렸다.
김 감독과 선 감독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예선 때 대표팀에서 각각 감독과 수석코치로 다시 한솥밥을 먹었다. 그러나 12월 1차 지역 예선 탈락 뒤 선 감독이 건강과 소속팀 관리를 이유로 대표팀을 떠나며 둘 사이에 이상 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대표팀이 올림픽 직행 티켓 획득에 실패한 데다 이른바 ‘일본전 위장 오더 사건’으로 코칭스태프 내에 갈등이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둘은 이 같은 추측을 부인했지만 야구계에서는 “선 감독이 대표팀을 나오며 둘 사이가 틀어졌다”는 말도 나돌았다. 이후 김 감독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선 감독은 소속팀을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공격 야구 vs 지키는 야구=두 감독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지도 스타일이다. 둘 다 마운드의 불펜을 중시하고 젊은 선수들에게 과감하게 기회를 주는 것은 같다.
그러나 김 감독은 번트보다는 강공을 앞세우는 공격 야구를 선호하는 반면, 선 감독은 투수 출신답게 ‘지키는 야구’를 강조하는 차이점도 있다. 올 시즌 팀 도루 수에서 두산이 189개로 1위, 삼성은 59개로 최하위에 머문 것도 두 감독의 경기 운영 스타일을 드러낸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김 감독은 지도자로서 선 감독과 삼성에 당한 포스트시즌 2연패를 설욕해야 하는 처지다. 선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3연승의 기세를 한국시리즈에까지 이어갈 태세다.
신화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