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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盃 세계바둑 본선 우쑹성9단.김성룡 4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우쑹성(吳淞笙)9단과 김성룡(金成龍)4단.
이 두사람은 지금 진행중인 제1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에서가장 멋진 드라마를 연출해냈다.51세의 吳9단은 이미 한물간 기사로 치부되었지만 22일의 본선1회전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중국 최고수 마샤오춘(馬曉春)9단을 완벽하게 격파 해 생애 최고의 기쁨을 맛보았다.20세의 신예 김성룡4단은 장난스럽게 앞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다니는 소위 「X세대」기사로 한국기원 어른들의 근심을 자아내곤 했지만 본선무대에서 일본의 전 기성(棋聖)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9단을 「반집」으로 탈락시켰다.녜웨이핑(섭衛平)9단의 스승격인 吳9단은 중국 현대바둑의 1세대.아들을 갖기 위해 85년 호주로 이민했으나 바둑을 못잊어 89년부터 한국기원 객원기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吳9단은 오히려마치 한국기원 연구생처 럼 기사실에 매일 출근하고 온종일 바둑을 두며 연마를 거듭했다.상대는 주로 윤기현(尹奇鉉)9단.
서봉수(徐奉洙)9단의 학설(?)에 따르면 바둑이 느는 최선의방법은 『많이 두는 것』이다.말하자면 변화가 손에(머리가 아니라) 익어야 한다는 것이다.과연 吳9단과 尹9단의 끈덕진 대국은 점점 효험을 발휘하더니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큰 열매를 맺었다.吳9단 뿐만 아니라 54세의 노장인 尹9단도 예선의 관문을통과,생애 처음으로 세계32강에 합류했다.이걸 지켜보며 프로들은 말했다.『한국바둑의 조로(早老)현상이 사라지고 있다.노력하는 기사는 이제 누구도 만만하지 않다.』 김성룡4단은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갔으나 바둑 때문에 혼자 되돌아왔다.미국영주권자라서 군대를 안갈 수도 있었으나 「사나이답게」깨끗이 포기하고자진해 군입대 영장을 받았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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