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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처럼 … MB 위기 돌파구는 ‘라디오 노변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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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환율이 지금 1XXX원입니다. 주가지수는 1XXX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본관 집무실로 출근하면 부속실 직원들은 요즘 인사 대신 환율과 주가지수를 큰 목소리로 보고한다. 이 대통령이 외부 행사를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다. 임재현 수행비서 등은 이 대통령의 재킷을 받아 들며 ‘현재 시점’의 환율과 주가지수를 보고하는 게 습관처럼 굳어졌다. 박병원 경제수석을 찾는 대통령의 전용 인터폰은 불이 날 정도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한편으론 새로 임명할 국제금융 특임대사를 찾고, 다른 쪽에선 민간 경제연구소 소장이나 현역 기업인에게 전화를 걸어 현장의 목소리도 듣는다.

관련 수석과 비서관들이 모이는 가벼운 미팅이 집무실에서 수시로 열리는 것도 최근 달라진 대통령 집무실의 풍속도다. 이 대통령은 회의 때마다 “보고 시간은 줄이세요.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는 모두가 다 아는 것 아닙니까. 대신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토론을 많이 합시다”라는 주문을 내놓는다고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어”=이 대통령은 8일 저녁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휴대전화로 두 차례나 찾았다. 미국과 유럽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할 것이란 보고를 받고, 우리는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없는지 점검토록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현재의 경제위기 극복에 대해 자신감을 보인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실물 경제가 튼튼하고, 외환 여유도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란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현재 우리나라 외환시장을 과민 반응 상태로 보고 있다”며 “필요 이상으로 시장을 교란시키는 요인을 찾아 정부가 대응하면 충분히 진정시킬 수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이런 흐름 속에 청와대에선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촛불집회 등으로 헝클어진 자신의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하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델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통령은 8일 재향군인회 회장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두려워해선 안 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두려워할 만한 근본적인 이유가 없습니다”고 강조했다. 뉴딜 정책을 추진해 대공황을 극복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 대통령의 취임사를 인용한 것이다. 그는 “루스벨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두려움 그 자체다.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얘기했다”며 “정부를 믿고 함께 나가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대통령이 우려하는 것은 국민적 불안감 등 심리적 요인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이 7일 국무회의에서 “1997년 위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위기에 면역력도 생겼지만, 다른 한편으론 막연한 불안감도 커진 것 같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 대통령이 13일부터 ‘라디오 연설’에 직접 나서는 것도 그런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가칭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란 제목으로, 매주 월요일 출근길에 7∼10분간 정책 홍보에 나선다. 라디오 연설은 30년대 미국 대공황 때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노변담화’에서 착안했다. 국민들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얻고,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시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급박한 시장 상황에 비춰 볼 때 ‘13일’에야 이 대통령의 담화가 나오는 것은 다소 한가한 발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불안감을 없애는 게 이 대통령의 신념이라면 좀 더 빨리 국민들에게 자신감 있는 목소리를 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들이다. 이 대통령이 어렵다면 주말에 한승수 총리나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라도 나서 대국민 메시지를 빨리 던지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상연·서승욱 기자

◆노변담화(爐邊談話·Fireside chat)=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뉴딜 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시도한 국민과의 라디오 담화 프로그램 이름이다. 그가 취임한 1933년 당시 널리 보급된 라디오를 통해 처음 시작됐다. 딱딱한 정치 연설이 아니라 가족들이 난로 옆에서 편하게 이야기하듯 한다는 뜻에서 이런 제목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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