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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YTN 국감’ 된 문방위 … 정책 질의 실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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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구본홍 YTN 사장9上)이 9일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노종면 노조위원장 뒤를 지나가고 있다. 노 위원장은 84일째 사장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9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는 사실상 ‘YTN 국감’이나 다름없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6일 한국관광공사 등에 대한 국감에 이어 이날도 최근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YTN 사태에 공방의 초점을 맞췄다. 그 바람에 정작 방송·통신 정책에 관한 일반 질의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날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인물은 증인으로 나온 구본홍 YTN 사장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자리 옆에는 사흘 전 구 사장이 해고 통지한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이 역시 증인으로 자리했다. 노 위원장은 해고에 항의하는 의미로 검은 양복에 검은색 넥타이를 하고 나타났다. 구 사장과 노 위원장은 인사도 주고받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구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였던 사실을 거론하며 뉴스채널 사장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그가 최근 자신을 반대해 온 일부 노조원을 해고한 것을 ‘학살’로 규정하고 사장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반면 허원제·최구식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합법적으로 사장에 취임한 사람을 자격 없다고 문제 삼는 건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구 사장은 “낙하산이 아니라 언론인으로서의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사장이 된 것일 뿐”이라며 “사장을 그만두라는 주장은 좋은 충고로만 받아들이겠다”고 답변했다.

노조원 징계 철회 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모든 것이 적법한 상태로 해소가 된다면 저는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의 도중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이 “손을 옆으로 뻗어보라”며 구 사장과 노 위원장의 악수를 유도하기도 했으나 깊어진 간극 때문인지 양쪽 모두 손을 내밀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국감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본격 질의가 시작되는 등 파행의 연속이었다. 오전엔 여야 의원들 간에 고성과 막말이 오가며 본 게임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여야는 먼저 오마이뉴스의 국감 인터넷 생중계 허용 여부를 놓고 1시간30분 가까이 설전을 벌였다. 이 문제가 국회법에 따라 생중계 불가로 결론 나자 야당은 이번엔 국감장 앞에 배치된 경찰 병력을 문제 삼았다.

공방이 가열되면서 회의는 결국 정회됐다. 오후엔 민주당 의원들이 경찰 배치 문제로 총리실 항의 방문을 하는 바람에 국감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들이 돌아오기를 두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선진과 창조의 모임’ 김창수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해 “다수의 횡포도 문제지만 소수의 독주도 문제”라며 “가지에 매달리지 말고 줄기를 논하는 국감을 하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상복·김필규 기자 , 사진=김상선 기자

◆YTN 사태는=YTN 노조는 이명박 대선 캠프에서 방송특보를 지낸 구본홍씨가 7월 주총에서 사장에 임명되자 취임 반대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노조는 구씨를 ‘낙하산 사장’으로 규정, 출근 자체를 저지하는 등 80일 넘게 기싸움을 벌여왔다. 구 사장은 지난 6일 노조 간부 6명 해고와 노조원 27명에 대한 정직·감봉이라는 강수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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