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범의 행복 산부인과] 염색체 검사가 필요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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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80%가 천주교 신자인 프랑스에선 임신부의 배가 불러오면 성모 마리아 문양이 새겨진 복대를 배에 두른다. 성모 마리아가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을 지켜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임신부들이 손가락 모양을 닮은 생강은 절대 먹지 않는다. 생강 모양이 기형 손가락을 가졌다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임신부는 붉은 치마를 입거나 띠를 두르지 않는다. 아이가 커서 죄를 짓는다는 속설 때문이다.

‘생명의 탄생’이라는 경외감 때문일까. 배 속 태아의 얼굴까지 볼 정도로 의술이 발전했음에도 유독 임신과 관련해선 아직도 주술적인 풍속이 많다. 하지만 현명한 여성이라면 태아와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정답은 ‘정기적인 산전 진찰’이다.

임신이 확인되면 산부인과에선 초음파검사를 통해 정기적으로 태아의 위치·심박동·크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요즘엔 정밀 초음파검사로 심장·폐 등 내부장기 이상, 척추 기형 여부까지 파악한다. 혈액검사도 한다. 다운증후군 같은 염색체 이상 위험산모를 가려내기 위해서다. 흔히 말하는 더블검사, 트리플검사, 쿼드검사 등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태아기형이 의심되면 염색체 검사를 받는다.

염색체 검사로는 융모막 융모검사(태반 조직인 융모 채취)와 양수검사, 제대검사(태아 탯줄에서 태아 혈액 채취)가 있다. 태아의 신경계 이상, 다운증후군과 같은 염색체 이상 등을 확인하며, 정확도는 98~99%에 이른다.

산전진찰은 고령 임신부가 늘면서 점차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규정하는 고령임신의 기준은 35세 이상이다. 전체 출산에서 35~39세 임신부는 1997년 5.2%에서 10년 만인 2007년 11.8%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40~44세 임신부도 같은 기간 0.6%에서 1.3%로 늘었다.

나이가 많아지면 자궁도 노화된다. 임신성 질환(유산, 임신성 고혈압, 태반 조기박리 등) 가능성도 2~4배 높아진다. 그 때문에 나이든 산모에겐 염색체 검사를 필히 받도록 권유한다. 산부인과 의사를 믿고 지시대로 따르면 얼마든지 건강한 아기를 자연분만할 수 있다.

10월 10일은 보건복지가족부가 주최하고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주관하는 ‘임산부의 날’이다. 임신을 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여성과 남편에게 ‘행복한 출산을 준비하는’ 그런 날이 되길 소망한다.

강순범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서울대 의대 교수


※임산부의 날=‘10개월의 아름다운 시간여행’을 주제로 10일 오후 2시부터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컨퍼런스룸에서 열린다. ‘악동첼리’의 공연, 사진작가 남경숙씨의 ‘36도 5부’의 사진영상, 모유수유 상담, 임신·출산 사진 응모와 아기에게 메시지 전달하기 등 이벤트도 있다. 02-3445-2262 www.kso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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