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大選 예상후보 13명 資質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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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선 레이스에는 두가지가 있다.여와 야의 중원(中原)에서 후보자리를 다투는 중거리가 그 하나다.다른 하나는 유권자의 마음이란 대평원을 달리는 마라톤이다.
중앙일보의 창간기념 여론조사는 「97 레이스」의 초반에서 중요한 현상 하나를 드러내 주었다.육상의 마라톤처럼 대선달리기에도 선두그룹이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여야의 차기대통령 예비후보 13명중에서 20개 항목으로 볼 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골라달라』는 질문을 던졌다.
일반인 1천2백명의 채점표에서 항목별로 상위 5위권을 보면 선두그룹은 신한국당 박찬종(朴燦鍾).이회창(李會昌)고문,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조순(趙淳)서울시장(정당별 가나다순)등 4명이다.
그러나 지금은 중원에서 후보를 따내기 위한 중거리의 초반이랄수 있다.중거리나 마라톤이나 숱한 역전의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 앞에 길게 펼쳐진 주로(走路)에서 4명이 선두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뒤처진 선수중에서 화려한 역전주자가 뛰쳐 나올 가능성은 늘 열려 있기 때문이다.
조사에서 선두 4명은 20개 항목 모두에서 5위권에 진입해 막상막하의 평점을 과시했다.4인은 순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으며 대부분의 항목에서 격차도 근소했다.
다만 금메달 숫자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20개중 김대중 총재가 10개,박찬종 고문이 6개였고 이회창 고문.조순 시장이각각 2개였다.선두 4명외에 다른 이가 메달권에 진입한 것은 이홍구(李洪九)신한국당대표가 국제화 감각,이인제 (李仁濟)경기지사가 건강에서 3위를 한 것이 유이(唯二)하다.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와 이수성(李壽成)국무총리는 각각 4개,6개 항목에서 5위를 기록했다.
신한국당 김윤환(金潤煥).이한동(李漢東).최형우(崔炯佑)고문,김덕룡(金德龍)정무1장관과 김상현(金相賢)국민회의지도위의장등나머지 5명은 어느 항목에서도 5위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여러 항목에서 5위권에 근접해 있었다.이들은 대부분 그동안 김영삼(金泳三).김대중.김종필이라는 정치거목의 그늘에 가려 일반 대중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색채와 잠재력을 뚜렷하게 부각시킬 공간이 별로 없었다.이런 제약이 여론조사에 영향을 미친 부분도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이회창.박찬종.조순씨등은 대중에게 심은 강한 독자성으로 후한 점수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야권보다 여권 주자들이 두배가 넘는 현상도 많은 영향을 준 것같다.여권주자들은 항목별 지지도가 넓게 분산되는 불이익을 받은 것이다.
이런 양대 흐름에다 후보별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경력.전문분야등이 어우러져 평점의 적당한 차이를 생산해낸 것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3단계 통일론등으로 자신의 통일연계 이미지를 강화해온 김대중 총재는 「현명한 통일정책 수립능력」과 「통일이후에 대한 대비능력」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그는 두 분야에 있어 전라도출신 응답자에게서 각각 63.1%,56% 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어 13명중 가장 분명한 지역성을 보여주었다.통일부총리를 역임한 이홍구대표도 5위권에 진입한 7개 항목중에 이두 분야가 포함돼 있다.
「경제에 대한 이해와 발전구상」에서는 13명중 유일하게 전문경제관료의 경력을 갖고 있는 조순 시장이 1위에 올랐다.군출신인 김종필 총재가 「국방문제에 대한 식견」에서 5위권에 들어선것도 유권자의 기억에 작용하는 경력의 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역갈등 수습능력」에서는 이회창 고문(1위).조순 시장(3위).이인제 지사(5위)등 비영남.비호남의 중부권 인사들이 무게를 증명했다.李지사는 이 항목과 건강(3위)등 2개 분야에서만 5위안에 들었다.
대쪽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회창 고문은 「도덕성(청렴도 포함)」에서 제일 많은 평점을 받았고 비교적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李총리도 5위로 거론됐다.
김윤환 고문이 「주변 강국과의 외교수행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도 한.일의원연맹회장을 맡는등 국제활동이 고려된 인상을 주고있다.오랫동안 국회국방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한동 고문은 「국방문제에 대한 식견」에서 다른 분야보다 높은 평점을 받았다. 국회의 과학기술연구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김덕룡 정무1장관은 「정보화사회에 대한 식견」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얻었다. 역시 환경운동에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는 김상현 지도위의장은 「환경.복지에 대한 구상」에서 유권자들의 반응이 기록됐다.
민주계내에서 보수론자로 꼽히는 최형우 고문은 「국방에 대한 식견」에서 다른 항목보다 앞서는 반응을 얻었다.
중앙일보는 일반인에게 대선주자에 대한 자질평가를 요구하면서 사실 적잖이 고심했다.안팎으로부터 『응답자들이 대선주자들에 대해 그렇게 자세하게 알겠느냐』는 지적이 적잖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앙일보는 이를 시도했고 결과가 나왔다.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응답결과는 최소한 이 시점에서 어떤 후보가 유권자의 뇌리에 어떻게 부각돼 있는지를 드러낸 것만은 틀림없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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