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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중앙일보 2008 3분기 펀드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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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미국발 금융위기의 태풍을 피할 안전지대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었다.

올 3분기 주식이 한 주라도 들어간 펀드는 국내·해외 가릴 것 없이 참담한 성적을 냈다. 특히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본지가 펀드 평가를 시작한 2004년 이후 최악이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세계 증시가 침체의 늪으로 빠졌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국제유가와 원자재값 급등의 수혜를 본 원자재 펀드나 자원부국 러시아·브라질에 투자한 펀드조차 원금을 까먹었다.

국내 주식형은 3분기 12.75% 손실을 기록했다. 23.37%를 까먹은 해외 주식형보다는 선방했다. 국내 증시가 해외 증시보다 그나마 충격을 잘 견뎌낸 덕분이다. 국내 주식형에선 삼성그룹주 펀드를 비롯해 대형주에 투자한 펀드가 중소형주 펀드보다 성적이 나았다. 대개 약세장에선 몸이 무거운 대형주보다 가벼운 중소형주에 매수가 몰리지만 올해는 반대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 때문에 중소형주를 많이 편입한 가치주 펀드도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상반기 반짝 실적을 낸 정보기술(IT)주 투자 펀드는 IT주가 외국인 팔자 공세의 표적이 되는 바람에 벌어놓은 걸 다 까먹었다.

해외 주식형은 쑥대밭이 됐다. 신흥국 펀드가 선진국 펀드보다 타격이 컸다. 러시아 펀드는 국제유가 하락에 그루지야와의 전쟁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47.37%의 손실을 냈다. 중국 펀드도 부진했다. 반면 인도·베트남 펀드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두 나라 증시가 3분기 깜짝 반등했기 때문이다.


해외 펀드의 수익률을 가른 것은 환헤지였다. 같은 지역에 투자했더라도 환헤지를 하지 않은 펀드는 환율이 급등하면서 짭짤한 환차익을 얻었다.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환차익으로 상당 부분 만회한 것이다. 반면 환헤지를 한 펀드는 환차익을 놓치는 바람에 주가 하락의 피해를 그대로 보았다.

해외 펀드의 성적이 부진하자 돈도 해외 펀드에선 빠지고 국내 펀드로는 유입됐다. 실제 돈이 들고나는 게 아닌 상장지수펀드(ETF)를 빼면 3분기 해외 주식형에선 1조9942억원이 순유출됐다. 반면 국내 주식형에는 1조8559억원이 순유입됐다. 자산운용협회 김정아 홍보실장은 “국내 증시가 해외 증시보다 그나마 잘 버텨준 게 첫째 이유”라며 “세계 증시가 모두 침체하자 투자자 사이에서 그나마 잘 아는 국내시장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펀드 성적표의 변화는 자산운용사의 수익률 순위에도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상반기 15위였던 SH자산운용이 3분기 1위로 치고 올라왔다. 2~4위를 차지한 알리안츠·기은SG·KTB자산운용도 상반기 하위권에서 순위가 수직 상승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상반기 1위였던 JP모간은 거의 꼴찌로 떨어졌다. 2위였던 동부자산운용도 15위로 미끄럼을 탔다. 가치투자의 대표주자로 꼽혀온 한국밸류운용은 중소형주가 맥을 못 추는 바람에 최하위권으로 밀렸다. 대형사로는 한국투신이 10위에 턱걸이해 그나마 체면을 유지했다.

최근 금융위기는 실물위기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세계 증시의 동반 침체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펀드 투자도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돈을 빌려 투자했다면 주가가 반등할 때마다 환매해 빚부터 갚는 게 낫다. 펀드평가사 제로인 최상길 전무는 “증시 침체기에는 많이 버는 것보다 덜 잃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항상 현금을 일정비율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증권팀 = 정경민·최현철·김선하·고란 기자

▶중앙일보 2008 3분기 펀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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