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북한은 뭘 노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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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해부터 빈번해지고 있는 북한의 무장간첩 남파및 대남 무력시위에 이어 또다시 자행된 이번의 잠수함을 통한 무장공비 남파는 남북관계 개선을 희망하고 있는 우리모두에게 큰 충격이 되고있다. 이와같이 최근들어 북한의 무력 도발 사건이 빈발하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그 배경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북한에서 군부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북한의 대남정책이 보수화.강경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김일성(金日成) 사후 김정일(金正日)은 군부의 승진및 인사이동을 단행하는 한편,주석단 권력서열에서 군부의 위상을 강화시켜왔다.
이는 김정일체제의 공식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군부의 위상을 강화해줌으로써 체제를 수호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해석되며,유훈(遺訓)통치의 과도기가 지속되는 한 김정일의 군부 의존은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번의 잠수함 무장공비 남파는 보수.강경화하고 있는 북한의 대남정책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정치.군사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북한 전략의 일환인 것이다.
특히 북한은 휴전협정 체제를 유명무실화함으로써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불안정성을 강조하고,이를 통해 휴전체제를 대체하는 북.
미 평화협정 체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동안 북한은 군사정전위원회 북한측 대표 철수,군사정전위원회를 대신하는 새로운 협상기구로서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설치,중국의 정전위 대표단 소환및 중립국 감독위 폴란드 대표 철수등 휴전협정 사문화 (死文化)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대남 무력 도발의 빈도와 수준을 높여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무장공비 남파도 이러한 의도에서 감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민심 이반(離反)현상에 직면해 있는 북한의 김정일체제가 남북관계에서 긴장을 고조시켜 이를통해 체제이탈을 방지하면서 대내적인 단결과 안정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볼 때 김정일 유일체제및 폐쇄사회가 유지되는 한 북한은 한국배제를 비롯한 대남 적대정책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어렵지 않게 도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무장공비 남파등 대남 무력도발을 계속 감행하면서 우리의 대북정책 혼선과 국론분열을 도모하고자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북한의 대남전략에 직면해 있는 우리로서는 우선 북한을 바로 알려는 노력을 경주하는 한편,이번 북한의 무장공비 남파에 대해 안일하게 대응해서는 안될 것이다.
즉 북한으로 하여금 그들의 전략이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인식할 수 있도록 우리의 확고한 의지와 각오를 명백히 북한에 전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 내부에서의 국론통일과 국력의 조직화가 요구된다.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재 우리는 국력요소의 거의 모든 부문에서 북한을 크게 앞서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을 합리적으로 조직화하여 국력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의 잠수함 무장공비 침투사건을 계기로 국론을 통일하고 우리의 국력을 조직화하는 노력을 배가(倍加)해야 할 것이다.
박영규 민족통일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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