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회 대통령배 고교야구] 야구창단 100년…대통령배 첫 키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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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대통령배 대회 개막과 함께 동대문구장 좌중간 외야 상단에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그 현수막에는 '개교 1895, 야구창단 1905 인천고등학교 필승'이라는 응원구호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현수막은 대회 마지막날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인천고는 자리를 굳게 지킨 그 현수막과 함께 중간에 탈락하지 않고 마지막 승부 결승전까지 승리, 정상에 올랐다.

그 현수막의 글귀대로 인천고 야구는 10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한국 야구사에는 1905년 선교사 질레트에 의해 한국에 야구가 도입됐다는 정설(定說)과 함께 1890년대 후반 항구도시에 집단거주하고 있던 일본 거류민들이 야구를 했다는 이설(異說)이 존재한다. 인천고의 역사를 다룬 '인천고 백년사'에 따르면 인천고의 전신인 일본계 인천남상업학교가 개교한 1899년부터 현재 인천 신흥초등학교 인근의 절인 '일련종(日蓮宗)'에서 학생들이 야구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1905년 창단한 인천고 야구부는 해방 이후 전국무대의 강자로 군림했지만 38년을 맞은 대통령배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인천 야구의 쾌남으로 통하는 김경기(SK코치)가 활약하던 85년 제19회 대회에서 딱 한번 결승에 올랐지만 준우승에 그쳤다. 인천고는 다른 중앙무대 전국대회에서도 우승 4회, 준우승 9회를 차지해 '결승전에 약하다'는 불운의 징크스를 갖고 있는 팀이었으나 이번 대회 우승으로 징크스에서 후련하게 벗어났다.

이번 대회에서 14타수 6안타를 기록한 인천고 1루수 박윤(1년)은 2대에 걸쳐 대통령배에 출전, 아버지가 품지 못했던 우승컵을 가슴에 안아 화제가 됐다. 박윤의 부친 박종훈(SK코치)씨는 76년 10회 대회에 신일고 소속으로 참가한 바 있다.

인천고는 팀의 주축인 김성훈.이재원.김영롱.김용태(이상 2년)와 박윤.김남형(이상 1년) 등이 내년에도 남아 전국무대 강호로 군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회에서 서울(덕수정보고).인천(인천고).경기(유신고).충남(천안북일고)에서 한팀씩 4강에 오르는 등 지역 편중 없이 전국적으로 강팀들이 고른 분포를 보였다.

성남고 박병호(3년)는 대회 1회전 화순고, 2회전 휘문고와의 경기에 걸쳐 고교야구 최초로 4연타석 홈런의 대기록을 세워 대회를 빛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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