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리트저널>러시아 로켓업계 '再발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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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러시아 로켓업계가 인공위성 발사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0년까지 지구궤도에 쏘아 올려질 인공위성은 3백50여기나 돼 이 분야는 21세기 첨단 유망산업의 하나로 꼽힌다.이동전화와 디지털 TV.멀티미디어등 미래산업의 발전과 맞물려 위성전파수요가 급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루니체프 러시아 국립우주연구센터는 록히드 마틴의 인공위성을대행발사해 주고 있고 여타 로켓업체들도 보잉등 미국 우주항공업체들과 제휴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에네르기아사는 2000년 세계 상업위성 발사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미국 ILS사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업계는 또 노르웨이등과 제휴해 석유시추선에서 위성을 해상발사하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러시아(옛소련)는 지난 61년 인류 최초로 유인(有人)우주선을 하늘로 쏘아 올렸던 나라다.정교한 로켓을 만들어 발사하는 기술은 분야에 따라 미국보다 10년까지 앞섰다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소련붕괴 이후 불어 닥친 경제난으로 위성발 사업계의 자립기반은 허약하다.
러시아 우주항공업계는 자국이 보유한 몇 안되는 기술적 비교우위를 외화벌이로 연결지어야 한다는 심정이 간절하지만 낙후된 국내 주변환경과 일부 선진국의 보이지 않는 견제가 안팎으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선 미국이 자국 기업과 러시아와의 지나친 유착을 꺼리고 있다.미 국방부는 첨단 우주과학기술의 해외유출을 막는다는 이유로미국산 위성의 러시아내 발사물량을 회사별로 제한하고 있다.
유럽 컨소시엄인 아리안 스페이스계획을 주도해 온 프랑스 역시세계은행이 러시아 로켓산업에 차관을 제공하려는데 극력 반대한다.세계 상업위성 발사물량의 60%를 점하는 아리안 스페이스는 러시아가 자신의 몫을 빼앗아 갈까봐 전전긍긍한다 .더욱이 지난6월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아리안 5호 발사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미국업체들이 위성발사 물량을 러시아 쪽으로 대거 돌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크루니체프 연구센터의 한 고위간부는 이러한 견제에 대해 『뒤늦게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러시아의 손발을 이런 식으로 묶으면 어떡하냐』고 하소연 한다.
러시아내 여건도 큰 문제다.소련붕괴 이후 러시아내 위성발사 부지들은 폐허처럼 변해버린 곳이 많다.
2000년이면 연간 24억5천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상업위성 발사시장을 놓고 돈줄이 달리는 러시아는 미국등 외국자본에 운명을 내맡기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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