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식품안전행정 문제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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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국내 시판분유및 우유에서 발암물질인 디옥틸프탈레이트(DOP)와 생식독성을 유발하는 디부틸프탈레이트(DBP)가 검출됐다고 해 문제가 됐다.그후 정부는 뒤늦게 공식적으로,그리고 이례적으로 분석자료를 공개하며 검출된 양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며,외국 어느 나라에서도 기준을 정해 규제하지 않고 있다고 결론내렸다.또 DOP의 검출원으로 추정되는 착유기의 고무호스에 대해서는 농림부 관할이므로 어떻게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설명했다.
이러한 정부의 발표내용과 대응방식은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정부 발표내용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정부의 주장과해명은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문제를 축소시키고,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더 앞서지 않았나 의심된다.과거에도 식품의 안전문제가 제기됐을 때마다 정부는 『 무해하다』『안심해도 된다』는 식의 결론을 서둘러 발표했으며,이번에도 예외는아니었다.자체 분석결과 DOP 검출량을 정부는 이미 알고 있었으나 그 원인을 파악해 해당 유해물질을 줄이려는 노력을 신속하게 하지 않았다.지난 4월 식품-의 약품안전본부가 새로 발족됐을 때 국민의 기대는 대단히 컸다.
국민은 식품의 안전을 위한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신뢰할 수 있도록,그리고 책임있게대처하는 노력을 기대하고 있다.따라서 정부의 발표내용에 대해 국민의 관심은 컸지만 실망도 컸을 것이다.
둘째,정부 부처간 행정협력체계의 부재(不在)다.이번 분유문제가 착유기에 있다면 과학적으로 재확인,보건복지부는 농림부와 협의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공동노력해야 마땅하다.식품의 안전성 확보는 원료의 생산지에서 수송→저장→가공→포장→완제 품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에서 제대로 검증돼야 가능하다.이 때 책임부처가다를 수 있으나 국민의 식품안전을 위한 최종목표를 위해서는 부처간 규제관리에 상호보완성이 있어야 하며,문제발생시 공동협조체제가 이뤄져야한다.만일 부처간 공조의 난맥상으로 식품의 안전성확보에 지장을 초래한다면,그것은 이번 기회에 마땅히 연구보완돼야 한다.
셋째,안전본부의 강화및 독립성이 요구된다.최근 안전본부가 발족됐지만 인력보완은 1백10여명에 그쳐 총 7백명이 안되는 부족한 인원으로 새로 생긴 6개 지방지청의 인원을 충원해야 했으며,과거보다 몇배 이상 증가된 업무량을 담당하고 있다.따라서 안전본부가 현재의 행정체계,전문인력수준및 확보,그리고 규모로 볼 때 제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란 어려운 여건이다.게다가 국내에는 안전성및 독성분야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므로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올바로 대처하기 어려우며,사전예방조치는 더욱 더 기대하기 힘들다.
현재 과도기적 성격의 안전본부가 97년 식품-의약청으로 독립,확대개편될 계획이라는 정부의 발표가 실현되기를 국민은 믿고 있다.또 연구직에 대한 행정의 지나친 간섭과 상의하달식의 지휘계통은 식품안전의 연구및 기술력을 오히려 약화시켜 제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할 수 있으므로 자율성과 유연성을 보장해줘야 한다. 앞으로 식품의 안전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는 국가기간산업과 같은 비중으로 정부의 관심과 투자의 우선순위를 둬야한다.특히 문제해결의 핵심인 안전성 전문인력 양성,정보수집체계의 국제화및 연구지원에 정부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식품은 건강과 직결되는 물질로 시대적으로 품질과 안전성의 보증이 크게 요구되고 있다.그러나 국내의 식품은 계속 시련을 겪고 있으며,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있다.이번 분유문제에 대해 정부와 업계는 소비자 입장에서 문제수습에 노력해야 하며,식품의 안전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책을 강구해주기 바란다.
이병무 성균관대교수.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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