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에 한국 은행들 타격 … 부실 커지면 한국 신용등급에 악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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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7일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국의 은행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은행권 부실이 한국 정부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P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한국의 은행들은 외화자금 수요에 발목이 잡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을 다시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은행 시스템이 심각하게 악화하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한국 정부가 상당한 수준의 추가 부채를 감당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가능성은 낮지만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면 한국 정부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은행들이 겪고 있는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자산 건전성이 악화돼 은행의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고, 이는 다시 기업을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용평가회사 피치의 아시아·태평양 신용등급 책임자 제임스 매코맥도 이날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대외 차입과 관련해 한국 금융 시스템에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의 신용등급을 (당장) 바꿔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이날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재무건전성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글로벌 신용위기가 거세지고 한국 경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두 지방은행이 지금의 ‘C-’ 등급을 유지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해선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국내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수출환 매입 등 신규 외자 지원이 힘들 뿐 기존 외화부채를 갚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연체율 등 은행의 건전성은 국제 수준보다 높다”고 말했다. 윤교중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그 같은 주장이 무슨 근거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국내 은행의 현실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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