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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졌네] 성동구 금호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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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대장간이 즐비했던 동네가 대규모 아파트촌으로 바뀔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지난 4일 낮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대원사부동산 사무실. 이 동네에서만 37년을 살았다는 김한구(71) 사장이 금호동의 변천사를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무실 벽에 붙은 지도를 가리키며 "무쇠막에 살던 서민들이 이젠 중산층이 됐어"라고 말을 이었다. 무쇠막은 금호동의 옛이름. 무쇠 솥.농기구를 만들던 대장간이 많다고 해서 조선시대부터 불렀다고 한다.

철거민 등이 모여 살던 '달동네' 금호동이 서울 강북을 대표하는 아파트타운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1973년 재개발의 닻을 올린 지 30여년 만이다. 8000여가구의 고층 아파트가 새로 들어섰거나 공사 중이고, 6개 구역에선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재개발사업이 마무리되는 2008년께 금호동은 1만2000여가구의 고층 아파트 숲으로 바뀌게 된다.

◇벽돌집서 아파트 숲까지 30년=금호동엔 1956년부터 서울 청계천 등 철거민들이 옮겨와 살았다. 당시는 흙벽돌로 지은 무허가 집이 대부분이었다. 길이라고는 대현산고개가 유일했다. 그러나 70년대부터 서울시가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아파트촌으로 변신하게 됐다. 이곳에 첫선을 보인 고층 단지는 1994년 9월 금호6구역에 입주한 두산아파트. 주민 박경자씨는 "벽돌집.연립주택뿐이던 곳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자 주변 재개발구역도 고무돼 사업을 서둘렀고 외지인들이 재개발 투자를 위해 몰려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금호5.6.8.12구역 등의 공사가 끝나 2000년부터 대우.벽산.삼성.롯데아파트가 차례로 입주했다. 7.10.11구역 등 세 곳엔 공사가 한창이다.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큰 마찰은 없었으나 입지가 좋다 보니 편법 거래로 몸살을 앓았다. 재개발 지분 값이 오르자 '지분 쪼개기'가 기승을 부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수가 늘어나 재산권 문제로 갈등을 겪어야 했다.

◇한강.공원 '복합 조망'=금호동은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이라고 하는 배산임수의 지형이다. 뒤에 남산의 끝자락인 종남산이 있고, 앞에는 한강이 흐른다. 위치는 서울의 한가운데다. 강북이지만 성수대교.동호대교를 넘으면 바로 강남이다. 지하철망도 좋은 편이다. 지하철 3호선 금호역.옥수역과 5호선 신금호역을 이용할 수 있다.

아파트 값은 강북에서 용산 다음으로 비싸다. 평당 900만~1500만원이다. 한강과 달맞이공원을 동시에 볼 수 있는 D아파트 34평형 로열층은 5억원을 호가한다. 금호공인 김선호 사장은 "조망과 지하철 교통이 좋아 아파트값과 재개발 지분 값이 강세"라고 말했다.

◇일급 주거지로 가기엔 숙제 많아=아파트 가구 수에 비해 학교와 편의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금호시장 등 재래시장 등에 의존한다. 백화점을 이용하려면 다리 건너 강남으로 가야 한다. 초등학교는 금호.옥수.금옥.금북 등이 있지만 고등학교는 성동고.대경상고밖에 없어 응봉.보광동까지 다녀야 한다.

이곳에서 20년 남짓 음식점 등을 해온 최선화씨는 "다른 달동네와는 달리 원주민의 30~40%가 남아 있을 정도로 주거 만족도가 높다"면서도 "일급 주거지가 되려면 학교.편의시설을 확충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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