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학술회의 남북한 홍일점 장공자.최금춘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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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통일을 위한 베이징(北京)남북해외학자 통일학술회의」에 남북한 대표단의 홍일점으로 각각 참석한 장공자(충북대).최금춘(김일성종합대)교수는 92년 첫 만남 이후 모두 세번째 만나는 친숙한 사이다.회의장에서는 물론 사적인 자리에도 항 상 붙어다녀눈길을 끌었다.
『최교수 아들은 이제 다 컸겠네.』 『다 큰게 뭐야.이젠 결혼할 나이가 됐지.』 4년만에 만난 두 사람은 재회의 기쁨을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아들만 좋다면 누구라도 며느리감으로 괜찮아.저들이 좋다는데뭐라겠어….』최교수는 북한에서도 최근들어 중매보다 연애결혼하는경우가 훨씬 많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북의 청소년들은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 『남쪽도 마찬가지야.오히려 더 심할걸.』 『북에서도 아이들에게 늘 공부하라고 하지.아이들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은 부모면 다 같으니까.』 『그래 학자집안이니까 신경이 많이 쓰이겠지.』 서로 상대방 체제를 꼬집는등의 말도 있었다.최근 일본을 방문했던 최교수는 『자본주의는 먹고살기 위한 경쟁이 너무 심해.우리 사회주의는 먹고 입고 사는 것을 국가가 보장해주지.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라면서 사회주의 우월성을 자랑 했다.그러면서도 최교수는 학생들에게 자본주의가 물질적 번영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가르친다면서 『체제특성상 업무를 위해 많은 차가필요하고 손님을 많이 끌기 위해 네온사인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해 준다고 했다.
장교수는 『젊은이들이 야망을 갖고 성취를 위해 경쟁하고 노력하는 건 나쁠게 없지』라고 대꾸했다.북한의 젊은이들이 국가가 보장해주는 혜택에 안주한다면 문제라는 지적이다.
화제는 다시 일상사로 돌아갔다.두 사람은 술.담배를 즐기는 남편들을 못마땅해 했다.그렇지만 부부교수인 두 사람 모두 남편들이 가사를 잘 도와주고 연구생활에 바쁜 자신을 잘 이해해준다고 했다.북한에선 남자들이 보통 권위주의적이어서 여간해선 집안일을 돕지 않는다지만 최교수는 예외인 것 같았다.
『북에서도 여성들이 멋부리는데 관심이 높아진다면서.』 『그거야 여자들 본능이니까.남남북녀라고 하잖아.북한여성들은 화장 안해도 예뻐.』최교수는 북한 여성잡지에 패션기사가 많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앙일보가 마련한 선물 가운데 남한 화장품과 스타킹이 문제가되지 않겠느냐는 장교수 말에 최교수는 『선물인데 성의를 중시해야지』라고 답했다.두 사람은 92년 장교수 방북때 금강산 열탕욕을 함께 즐겼던 일을 되새기면서 『세번만 만나 도 이렇게 친해지는 걸 보면 역시 피는 못 속인다』며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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