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기관들 성장.물가등 정기체크-한국 국제신용도 심상찮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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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성장.물가.국제수지등 거시경제지표들이 죄다 나쁜 모습을 보이자 한국의 신용도가 아무래도 낮아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이렇게 되면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돈을 빌려오기가 그만큼 어려워지고 이자도 더 비싸게 물어야 한다.
최근 태국에 대한 강등조치가 남의 일이 아니다.미국의 양대 신용평가기관중 하나인 무디스사가 태국의 철강산업이 침체되는등 생산활동이 부진하자 즉각 국가신용등급을 한단계 떨어뜨린 것이다. 『아직은 괜찮다』(李康男 한국은행 조사1부장.全亨哲 한국신용정보 과장)는 지적이 대부분이고 해외자금 조달 금리도 현재로서는 별 변동이 없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는 우려가 많다.
은행들의 차입금리 또한 지난해말과 비슷한 수준-LIBO(런던은행간)금리+0.3~0.4%-의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추세가 이어져 올해 외채가 1천억달러를 넘어서고 내년도 경상수지 적자도 그다지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어서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이를 짚고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신용평가기관들이 투자자들에게 앞으로의 상황을 말해주기 위해 수 시로 또는 정기적으로 평가등급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최동수(崔東洙)한국신용평가 이사는 『국제평가기관 관계자들이 올해 한국에 와서 한국은행.민간경제연구소등이 내놓은 내년 경제전망치를 살펴보고 정부 관계자들과 인터뷰한 뒤 어떤 형식의 언급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무디스사나 S&P(STANDARD & POOR'S)사는 이런조사과정을 거쳐 신용등급뿐만 아니라 등급의 방향도 표시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게 신용평가기관들의지적이다.
예컨대 같은 A등급이라 해도 좋은 방향으로 가는지 나쁜 방향으로 가는지를 표시하기 때문에 기업의 자금조달 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광하(徐廣河)상업은행 상무는 『신용평가기관들은 한 나라의 경제사정이 나빠지면 보수적으로 평가하며 경제상황과 기업 내용을꼬치꼬치 캐묻기 때문에 돈을 빌리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국가신용도 평가 방식=평가기관들이 가장 눈여겨 보는 것은 경상수지.외환 보유고.성장률.물가등 각종 거시경제지표들이다.주요국의 거시경제지표는 통상 분기별로 확인한다.물론 예컨대A등급은 대외지급능력이 최소한 얼마 이상 되어야 한다 는 식으로 이른바 「최소적격기준」을 미리 만들어 둔다.
◇한국의 성적표=무디스사는 「A플러스」,S&P사는 「AA마이너스」로 평가하고 있다.S&P사는 올해초 「A플러스」에서 한단계 상향조정했다.
통상 「BBB」이상은 신용도가 높은 「투자등급」으로,「BB」이하는 신용도가 떨어지는 「투기등급」으로 각각 분류된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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