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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건강] “검도 인생 40년 … 성인병 하나 없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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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기보다 스포츠맨처럼 보이는 고려대 의대 김한겸(53·대한병리학회 이사장·사진) 교수. 1m78㎝의 키에 떡 벌어진 어깨와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알고 보니 국내 최고수 의사 검객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목검을 처음 잡은 이후 검객 생활 벌써 40년째.

김 교수는 의료계 유일의 검도 7단. 6단이 된 지 6년 만인 지난해 7월 7단에 올랐다. 검도의 ‘지존’인 8단은 7단에서 보통 10년 걸리는데 여기에도 도전장을 냈다.

“지금도 1주일에 한 번은 도장에 나갑니다. 청년 시절엔 검도에 미치다시피 했죠. 검을 잡을 때는 절로 신이 났습니다.”

그는 성인병 하나 없고, 혈당·혈압·콜레스테롤 수치 모두 정상이다.

“검도가 건강 비결이라고 믿어요. 검도를 팔로 하는 운동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전신운동이어서 상·하체가 고루 발달해요. 신검합일(身劍合一), 즉 칼과 몸이 조화를 이뤄야 하므로 균형감각을 높이는데도 효과적입니다. 만병의 원인이라는 스트레스를 푸는 데도 그만이에요. 상대를 가격할 때는 물론 검을 맞을 때도 한여름 폭포수 같은 짜릿한 느낌을 받습니다. 고수는 대개 하급자에게 맞아 주는데 이때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상당해요.”

1~2㎏의 보호구를 몸에 걸치고 620g 쯤 되는 죽도를 휘두르면 10분만 지나도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 검도는 냉엄한 인생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격렬한 운동이다. 끊임없이 상대를 응시하며 허를 찌르고 방어를 해야 한다. 상대의 눈을 읽어야 하는 검도는 눈 건강을 지키는 데도 유익한 운동이라고 전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아직까지 노안(원시)이 오지 않았단다.

그는 검도를 통한 사회적 유대가 수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한국의사검도회(김 교수가 2000년에 창립) 회원이 220명가량인데 대련 때는 정말 한 치의 양보도 없습니다. 그러나 시합이 끝나고 식사나 술자리에 들어가면 금방 형·아우가 돼요. 이런 유대감이 외로움·우울감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요. 장수에도 기여할 것으로 믿습니다. 그래서인지 검도 사범중엔 90을 넘긴 분이 많아요.”

그는 검도 입문은 60대라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고려대 의대 동료인 김철용 교수는 40을 넘어 시작했지만 벌써 2단을 받았어요. 일반 검도 도장이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사회체육센터에 가서 6개월가량 배우면 그 뒤엔 혼자서도 취미로 할 수 있어요.”

검도를 하다 부상당한 적도 몇 번 있다. 한번은 스트레칭 없이 검을 들었다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다. 상대의 허점을 보고 맹렬히 들어가는데 코끼리가 발뒤꿈치를 밟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허망하게 힘줄이 파열됐단다. 부상을 예방하려면 운동 전후에 충분한 스트레칭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초심(初心)’을 강조했다. “검도를 처음 배웠을 때처럼 ‘항상 겸손하자’ ‘선배를 공경하자’ ‘칼을 대할 때 마음을 깨끗이 하자’ ‘긍정적 사고를 갖자’ 등을 마음에 늘 새깁니다. 도장에서 직접 청소도 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어요.”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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