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청와대, 부산 盧측근 5인에 '러브 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판결 뒤 청와대는 진용을 새롭게 갖출 예정이다. 이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예측이 난무한다. 하지만 큰 흐름은 의외로 간단하다. 결국 누가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읽고 국정 운영 전반에 반영하느냐다. 나아가 盧대통령의 의사결정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참여하느냐다. 쉽게 말해 문재인 전 민정수석과 이호철 전 민정비서관이 담당했던 역할을 누가 맡느냐로 집약될 수 있다.

측근들은 이렇게 말한다. "盧대통령은 그 답을 자신의 뿌리에서 찾을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사람은 결코 쓰지 않는 盧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때문이란다. 그래서 권력 중심에선 총선 직후부터 '부산파 신(新)5인의 청와대 입성'이 예고됐다. 정권 내부에선 익숙한 이름들이지만, 세상은 또 한번 낯설어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설동일(부산민주공원 관장).장상훈(열린우리당 거제지구당위원장).정윤재(열린우리당 사상지구당위원장).최인호(열린우리당 해운대-기장갑위원장).송인배(열린우리당 양산지구당위원장)씨가 바로 그들이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이호철 전 비서관이 빠진 공백을 이들 5명이 메울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른 인사도 "그들은 청와대 입성 0순위로 잡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민정.정무.사회(신설 검토 중)수석실과 부속실 등 주요 보직을 나눠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5인 누군가=맏형은 설동일(48) 부산민주공원 관장이다. 인수위 시절 盧당선자가 정신적 스승인 송기인 신부에게 "사람들 좀 올려보내 주십시오"라고 요청했을 때 문재인.이호철씨와 함께 징발 대상으로 꼽혔던 3인 중 한 사람이다.

당시 薛관장은 "공원을 잘 관리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며 끝까지 고사했다. 그는 부산지역 노동운동의 대부로 통한다. 서울대 농대 3학년 때인 1978년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갔다. 강제휴학 조치의 첫 대상자였다. 81년 여름 부림 사건으로 이호철씨 등과 함께 구속됐다.

부산 배후는 이호철, 서울 배후는 설동일로 지목됐다. 2년간 옥고를 치렀다. 변론을 맡았던 노무현 변호사와 인연을 맺은 것도 이때다. 형기를 마친 그는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문재인 전 수석은 설동일씨가 만든 노동단체(노동자를 위한 연대)의 후견인이자 동지였다. 薛관장은 아직 청와대행을 최종 결심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기자에게 "(총선 결과를 놓고) 부산이 와 이렇노. 이런 부산을 두고 어디를 가노"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결국은 청와대로 들어갈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장상훈 위원장. "위선이라고 할지 몰라도 저는 국회의원이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참여정부가 제대로 나아가고 역사가 바로 서기를 바랄 따름이었습니다." 그가 밝힌 낙선 소회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위원인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과 거제에서 맞붙어 떨어졌다. 盧대통령이 그에게 갖는 애정은 마음의 빚에서 비롯된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盧캠프에선 '부산의 이호철, 경남의 장상훈'이란 얘기가 상식으로 통한다. 그 역시 이호철씨와 함께 부림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다. 이호철씨가 "평생을 함께할 친구가 있다면 장상훈"이라고 할 정도로 두 사람의 우정은 깊다. 부산대 약대를 나온 그는 수감생활을 마치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거제도 대우조선 앞 우당약국에서 일하면서 아침이면 지난 밤 마신 술에 절어 약국을 찾는 작업복 차림의 노동자들과 만났다. 86년 장승포 성당에서 노무현 변호사와 함께 첫 근로기준법 강좌를 열었다. 당시 盧변호사는 "노동자 여러분 힘든 일이 생기면 우당약국을 찾아가십시오"라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정윤재.최인호.송인배는 인수위 시절부터 386그룹으로 분류되면서 세간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측근들이다. 1기 청와대행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PK지역을 훑었다. "대통령이 돼 둘러보니 내 사람이 없다. 배지를 달고 돌아와 달라"는 盧당선자의 당부가 그들을 지역으로 달려가게 했던 것이다.

이수호 기자

*** 바로잡습니다

5월 6일자 3면 '청와대 부산 盧측근 5인에 러브콜'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장상훈씨의 사진 대신 동명이인인 장상훈 충남 천안시의회 의장 사진이 잘못 실렸으므로 바로잡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