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選후보에 '소프트 머니' 밀물-미국 대통령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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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대통령 선거가 두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판에 돈이 흘러넘치고 있다.선거 관계자들이 추정하고 있는 이번 대선자금은 자그마치 총6억달러(약4천9백억원)정도.역대 대통령 선거중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처럼 막대한 민주.공화 양당의 자금 사정을 활짝 피게해주고있는 것이 이른바 「소프트 머니」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각 대통령 후보에게 기부할 수 있는 한도는 개인 1천달러(약82만원),기업 5천달러(약4백10만원)에 불과하다.그러나 소프트 머니는 제한선이 없다.다만 기부금 수수자가 대통령 후보가 아닌 소속 정당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에따라 각 후보는 정당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사실상 개인의정치자금이나 다름이 없는 소프트 머니 모금에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달 뉴욕에서 치러진 클린턴 대통령의 50세 생일 파티때 참석자들이 낸 1만~10만달러씩의 개인 헌금도 모두소프트 머니다.
양당의 자금동원 실력을 가늠케 해주는 소프트 머니 경쟁에서 현재까지 클린턴의 민주당측이 모은 자금은 모두 7천30만달러(약 5백76억4천6백만원).92년 대선 당시 3천4백50만달러를 모았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신장이다.
야당인 공화당도 호조를 보여 민주당 수준을 능가하는 8천3백90만달러(약6백88억원)를 기록하고 있다.양당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선거때까지 각각 1억2천~1억5천만달러 정도는 모을 수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방 선관위에 따르면 소프트 머니 기부자의 주류는 역시 대기업.담배나 통신산업등과 같은 덩치 큰 기업들이 일종의 「정치보험」 형태로 양당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는 것.
통신업계의 경우 현재까지 공화당에 2백50만달러,민주당에 2백10만달러등 모두 4백60만달러를 냈다.담배 업계가 낸 소프트 머니도 공화당 3백90만달러,민주당 71만달러에 이른다.최대 담배회사인 필립 모리스사는 1백95만달러를 내 단일회사로는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소프트 머니 모금을 두고 비판의 소리도 없지 않다.
그러나 1천~5천달러의 개인.기업 기부금 한도가 정해진 것이20여년전으로 그동안의 물가 상승률과 천문학적인 광고비등 「현실」을 감안할 때 소프트 머니는 「필요악」이라는 주장이 더 많다. 이번 선거에 연방정부가 법에 따라 양당에 제공하는 선거자금은 선거비용 7천만달러와 전당대회비용 각 1천2백만달러등 총1억6천4백만달러선.
이밖에 전당대회를 유치했던 도시들이 해당 정당측에 각 2천5백만달러씩의 특별 헌금을 모아주었고 당마다 끌어모은 소프트 머니들까지 합치면 이번 미국 대선 선거자금의 총규모는 약6억달러에 이른다는 관측이다.
워싱턴=김용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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