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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800억 달러 기금’ 속도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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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중국·일본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은 외환위기가 발생하면 긴급히 자금을 지원하는 800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통화기금(AMF)을 조성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외환보유액을 출연해 대응체제를 구축하자는 뜻이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5일 “올 5월 한·중·일 3국과 아세안 회원국 재무장관이 합의한 아시아통화기금을 조속히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한·중·일 3국은 기금의 80%인 640억 달러를, 아세안은 나머지 160억 달러를 부담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신 차관보는 “800억 달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배분할지, 의사결정 구조를 어떻게 결정할지 등에 대해서는 논의해야 하지만 펀드 조성에 속도를 내는 것만으로도 금융불안을 더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중·일은 외환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의 외환보유액을 빌리는 방식으로 달러를 공유하는 치앙마이 구상(CMI)을 구축하고 있다.

AMF 조성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공동기금을 마련해 외환위기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국가에 지원하자는 취지다. 한·중·일 3국은 이달에 차관급 회의를 열어 우선 토의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장관급 회의도 추진할 계획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6일 오전 은행장들과 긴급 회동을 하고 달러 부족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중소기업을 지원해달라고 당부할 예정이다. 금융연구원은 “경상수지 적자가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낮고, 외국인들의 주식투자자금 회수 추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구제금융안 통과에도 불안 여전=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것은 미국 하원이 3일(현지시간) 구제금융법안을 찬성 263, 반대 171로 통과시켰지만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하원에서 승인된 7000억 달러의 실탄은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을 사들이는 데 쓰인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당분간 회복세를 보이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구제금융법안이 통과된 이날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1.5% 떨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980년대 저축대부조합 부실 사태가 회복되는 데 4년이 걸린 점을 감안할 때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201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웡 HSBC 아태지역 전무는 “세계 각국을 강타하고 있는 ‘금융 쓰나미’ 현상은 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미국에 이어 위기를 맞고 있는 유럽의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정상이 4일 모였지만 ‘긴밀한 공조’를 외쳤을 뿐 구제금융 펀드 조성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김종윤·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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