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올가을엔 찍을 거야 … 너의 웃음소리까지

　고급 렌즈교환식 디지털카메라인 DSLR에 속속 동영상 촬영 기능이 달리고 있다. DSLR 하나로 가을 나들이 추억을 고화질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길 수 있다. DSLR은 일반 콤팩트 디카에 비해 화질이 뛰어나지만, 크고 무겁고 비싸며 동영상 촬영이 안 되는 점이 일반인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디카 업체들이 최근 앞다퉈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갖춘 DSLR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DSLR이 캠코더의 영역까지 치고 들어갈 기세다.

◆니콘과 캐논의 동영상 전쟁=니콘이 포문을 열었다. 2000년대 카메라 시장에서 캐논에 끌려가던 니콘은 8월 말 동영상 기능을 처음으로 탑재한 신제품 ‘D90’을 선보였다. 고화질(HD)급인 최대 1280X720 해상도(100만 화소급)의 사진을 초당 24장씩 찍어 동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HD 영상 기준으로 최대 5분짜리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내장 마이크로 음성 동시 녹음도 가능하다.

이에 맞서 캐논은 지난달 발표한 ‘5D 마크2’에 동영상 기능을 넣었다. 이 제품은 35㎜ 필름과 같은 크기인 가로 36㎜, 세로 24㎜의 풀프레임 이미지센서를 탑재했다. 1200만 화소급인 D90보다 이미지센서 면적이 두 배 가까이 넓은 만큼 화소 수도 두 배 가까운 2100만 화소에 달한다. 이를 활용해 1920X1080 해상도(200만 화소급)의 초당 30프레임짜리 동영상을 최대 12분까지 찍을 수 있다. 물론 DSLR의 동영상 촬영기능이 편의성 면에선 휴대폰 카메라나 풀HD급 동영상을 한 시간 이상 담을 수 있는 디지털 캠코더에 비하면 미흡한 수준이다. 하지만 영화 못지않은 고화질의 영상을 담기 때문에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 김정철 바이킹닷컴 이사는 “원하는 대상에만 초점을 맞추고 배경을 흐리게 하는 기법으로 영화 같은 영상을 만들 수도 있고 망원에서 광각·어안 렌즈에 이르는 다양한 렌즈를 활용해 색다른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며 “아마추어에게는 화질·동영상 모두 D90이나 5D마크2 이상의 DSLR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성능은 5D마크2가 D90을 앞서지만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지난달 말 시판에 들어간 D90은 120만원 안팎에 팔린다. 카메라 성능에서도 비슷한 가격대 제품들을 압도한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에 비해 다음달 중에 선보일 예정인 5D마크2는 350만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강동환 캐논코리아 사장은 “3년 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400만원대 가격에 풀프레임 모델인 5D를 선보인 이래 화질·성능·가격 모든 면에서 비교 대상이 없었다”며 “후속 기종인 마크2도 ‘카메라 명가’의 자존심을 지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소니와 올림푸스의 고화질·휴대성 승부=니콘과 캐논의 동영상 전쟁에 소니는 지난달 ‘알파 900’을 내놓고 DSLR 본연의 임무인 고화질 사진 촬영 기능으로 승부를 걸었다. 2년 전 코니카미놀타의 디지털카메라 부문을 인수하며 DSLR 시장에 뛰어든 소니가 내놓은 야심작이다. 2400만 화소 풀프레임 이미지센서를 탑재했다. 노출 및 화이트밸런스 등을 미리 보며 조절할 수 있는 ‘인텔리전트 프리뷰’ 같은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했으며 초당 5장의 연사도 가능하다. 349만원에 예약 판매하고 있으며 10일부터 정식 판매에 들어간다. 윤여을 소니코리아 사장은 “소니 고유의 혁신적인 기술로 개발한 알파 900의 출시로 DSLR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에 올림푸스는 지난달 말 독일 쾰른에서 열린 ‘포토키나 2008’에서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을 적용한 제품을 처음 선보였다. 포서드는 올림푸스가 만든 독자 규격으로 파나소닉 등이 채택하고 있다. 마이크로 포서드는 포서드를 개량해 화질은 그대로지만 카메라 크기는 더욱 작게 만든 것이다. 화질은 DSLR이지만 크기는 콤팩트 디카와 비슷한 수준의 제품으로 틈새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권명석(영상사업본부장) 올림푸스한국 상무는 “누구나 쉽고 가볍게 휴대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모두를 위한 DSLR’ 카메라”라고 설명했다.

김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