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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폭력조직 방배동파 범행수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검찰에 적발된 「방배동파」는 폭력조직과 기업활동이 결합된 선진국형 범죄형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지금까지 조직폭력배들은 술집.오락실등을 상대로 금품을 뜯어내고 건설공사입찰과 관련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직접 유흥업소를 경영하는 것이고작이었다.이에 비해 「방배동파」 총두목 정순환씨는 합법적 기업이라는 외피(外皮)를 입고 폭력조직의 실체를 은폐한채 활동자금을 조달하는등 지능적 방법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다.
이같은 폭력조직의 기업화 경향은 90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폭력조직에 대한 수사기관의 지속적 수사와 감시활동이 강화된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새정부 출범후 폭력조직의 자금줄로 이용돼 왔던 슬롯머신업소에 대한 전면 수사로 된서리를 맞은데다 유흥업소.오락실등의 숫자나 매출이 크게 줄어든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경우 이미 50년대 마피아 조직이 이같은 기업화 단계를 거쳤으며,일본의 야쿠자도 60년대 들어 기업주와 폭력조직의결합형태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번 鄭씨의 범행에는 대기업과 은행의 허술한 경영도 한몫했다.특히 한일은행은 W백화점을 51억원에 매각하면서 김인자씨로부터 계약금으로 5억원만을 받고 1년6개월간 중도금.잔금을 한푼도 받지 못하면서도 영업을 계속하도록 묵인 한 것으로 드러났다.L쇼핑은 판매실적을 높이기 위해 수십만장의 구두상품권을 덤핑업자에게 외상으로 판매하고도 담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20여억원 규모의 거액 불량 채권을 떠안게 됐다.
「방배동파」는 조직원들 사이의 일체감을 형성하기 위해 한 양복점에서 50벌이나 양복을 단체로 맞춰 입었는가 하면 사고가 날 경우 단골로 입원하는 지정병원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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