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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한국의역군들>10.연세대 지질학과 권성택 교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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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한반도는 원래 서로 다른 두개의 땅덩어리가 충돌해 생긴 것이다.이 충돌은 대략 2억5천만년전에 일어났으며 그 경계는 지금의 임진강(臨津江)부근이다.」 이른바 「한반도 대충돌 형성론」이 학계에 본격 제기된 것은 지난 94년.국내 소장(少壯) 지질학자 몇몇과 일부 외국학자들이 들고 나왔다.그러나 당시만 해도 학계는 물론 많은 사람들이 긴가민가 했다.
최근 이 학설을 담은 논문이 세계 지질학계 최고 권위지인 지올로에 받아들여져 빠르면 올 연말께 출판된다.논문 제출자는 한국인 지질학자 3명.
연세대 권성택(權盛澤.43.지질학과)교수도 그중 한사람이다.
그의 주전공은 암석의 나이 밝히기.
權교수는 이번 한반도 충돌 형성론에서도 충돌 시기를 밝히는데결정적으로 기여했다.충돌로 만들어진 변성암의 연대를 2억8천~2억2천만년전 사이로 측정해낸 것.이 시기는 중국 산둥(山東)반도 이남의 이른바 「남중국지각판」이 「북중국판 」과 맞부딪친시기와 일치하는 것으로 임진강 이남 한반도지역이 남중국판과 같이 적도쪽에서 북으로 밀고 올라와 충돌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암석 나이 밝히기는 침묵하고 있는 바위를 상대로 하는까닭에 꽤나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나무처럼 나이테가 있는 것도아니다. 그래서 주로 쓰는 것이 이른바 「동위원소 측정법」.동위원소란 양성자수는 같고 중성자수는 다른 원소집단.화학적으로는동일하지만 질량이 다른 것이 큰 특징이다.
權교수는 납(Pb)이나 스트론튬(Sr)등의 동위원소 비율로 나이를 알아낸다.예컨대 「젊은 바위」에는 납204 동위원소가,나이 먹은 바위일수록 납206이 상대적으로 많다.
權교수와 같은 연구를 하는 사람은 국내에 2~3명 정도.지질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질량분석기도 대덕연구단지 기초과학지원연구소내에 딱 한대뿐이다.
『연구겸 등산도 많이 할 수 있다』는 말에 혹해 71년 서울대 지질학과를 택한뒤 우여곡절끝에 다다른 곳이 「바위 나이 맞히기」의 정상(頂上)이니 아무튼 인생등산은 제대로 한 셈이 됐다. 그가 앞으로 매달릴 일은 크게 세가지.▶임진강대에 이어 옥천(沃川)습곡대의 지질역사 밝히기▶국내 표면 암석의 30%가량을 차지하는 화강암의 기원 알아내기▶선(先)캄브리아대의 가장오래된 암석 찾기등이다.
權교수는 『이제 국내에서도 체계적인 지질연구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암석연대 측정등의 정밀화.계량화등이 시급히 이뤄져야할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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